휘발유 엔진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기차 배터리 기술이 나왔다. 충전 대신 교체하는 방식이라 ‘느린 충전 시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배터리 무게를 줄이면서, 에너지는 더 많이 담고, 폭발 위험성도 줄였다.
[동아사이언스] “충전 안하는 전기차 나온다”
[중앙일보] “전기차, 배터리 한 번 교체로 700km 달린다”
조재필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휘발유 자동차보다 효율적인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오래 쓰면서 폭발하지 않는 ‘알루미늄–공기 흐름 전지’ 기술이다.
알루미늄-공기 흐름 전지는 충전해 사용하는 이차전지가 아니라 방전만 되는 일차전지다. 전기차에 적용하면 알루미늄 금속만 교체해 전기를 공급받게 된다. 같은 무게의 휘발유와 알루미늄의 실질적 에너지 밀도를 따지면 알루미늄이 월등하다.
조재필 교수는 “휘발유 1kg은 실제 자동차에서 1,700Wh의 에너지 밀도를 나타내지만, 알루미늄–공기 흐름 전지에 적용한 알루미늄의 에너지 밀도는 1kg 당 2,500Wh가 된다”며 “이 정도 에너지 밀도라면 한 번 교체에 700km를 달리는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다양한 금속(연료)을 공기와 반응시켜 전기를 얻는 ‘금속-공기 전지’의 일종이다. 금속-공기 전지는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커서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데, 특히 알루미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알루미늄은 가볍고, 값싸며, 이론적 용량도 리튬보다 크고, 폭발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알루미늄–공기 전지’는 작동 과정에서 알루미늄 부산물이 쌓여 쉽게 성능이 떨어진다. 조재필 교수팀은 이를 ‘전해액 흐름’이라는 방식으로 해결한 알루미늄–공기 흐름 전지를 개발했다. 전지에 펌프를 도입해 전해액이 흐르게 만들자 부산물이 쌓이지 않아 성능이 유지된 것이다.
공기를 받아들이는 전극에서 반응을 활성화시키는 고성능 촉매(은–망간 산화물 나노플레이트 촉매)도 새로 개발했다. 이 촉매까지 적용한 알루미늄-공기 흐름 전지는 폭발하지 않으면서 에너지 밀도가 커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제1저자인 류재찬 UNIST 에너지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알루미늄 전극의 침전 문제는 ‘전해액 흐름’ 기술로 극복하고, 공기 전극에는 고성능 촉매를 적용해 고에너지 밀도를 달성했다”며 “새로운 촉매가 안정적으로 높은 활성도를 보이는 원리도 원자 단위의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알루미늄–공기 흐름 전지의 방전 용량은 기존 알루미늄–공기 전지보다 17배 증가했다. 또 새로 개발한 은-망간산화물 기반 촉매는 기존에 많이 사용하던 백금계 촉매(Pt/C)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보였다. 은(silver)은 백금보다 50배 낮은 가격이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했다.
조재필 교수는 “알루미늄은 산업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금속이라 소재 수급에 따른 전지 가격 문제에서 자유롭다”며 “전기차에 가벼운 알루미늄 금속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9월 13일자에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울산광역시청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