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신경망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PLCγ1’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발견됐다. 이 단백질은 특히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Corpus callosum)과 도파민성 신경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신경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서판길 생명과학부 교수와 강두석 KAIST 연구교수를 포함한 공동연구팀은 ‘신호전달 핵심 효소인 PLCγ1이 신경발생 단계에서 뇌 구조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찾아내 국제학술지 엠보 리포트(EMBO Reports) 9월 17일자로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뇌를 이루는 신경망의 형성 원리를 밝혀낸 결과라 신경계질환의 근본적 발병원인을 찾고, 치료법을 찾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 뇌에 있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는 복잡한 신경망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신경망 구조는 우리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기반이며, 대부분 ‘신경발생단계’에서 만들어진다. 만약 신경망 형성과정에 외부 환경요인이 있거나 잘못된 유전 요소가 개입하면 뇌전증이나 자폐층 같은 신경발달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신경과학자들이 신경망 구조와 뇌신경계 질환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서판길 교수는 “과학자들은 신경의 ‘연결’에서 뇌의 기능이나 질환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며 “실제로 확산 텐서 이미징(DTI)를 이용한 알츠하이머, 조현병, ADHD 환자의 뇌를 살펴보면 신경망 구조에서 구조적·기능적 차이가 뚜렸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신경망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생기는지 밝혀내는 게 신경질환을 극복하는 데 중요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쥐의 뇌를 관찰함으로써 신경발달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찾아냈다. PLCγ1은 발생단계에서 신호전달을 조절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데, 이 부분이 초기에 망가지면 뇌 신경세포 형성에 영향을 미쳐 뇌 신경망이 불완전하게 형성됐다. 특히 PLCγ1은 세포골격의 역동성을 조절함으로써 축삭(신경세포에서 길게 뻗어나온 가지)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신경의 올바른 연결이 이뤄지도록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신경발달 과정에서 도파민 신경계 및 뇌량 발달의 과정이 어떠한 신호전달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신경망 형성장애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뇌·신경 발달질환 연구에 많은 의미를 제시한다”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한편 서판길 교수는 뇌에서 최초로 여러 PLC 동위효소를 분리 정제 및 유전자 클로닝을 한 후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규명해 왔다. 특히 최근에 전뇌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PLCγ1의 역할을 규명했고, 이어서 신경계 발생 과정에서 같은 유전자의 역할도 찾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