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친환경 건설재료 제조 기술이 1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환경오염을 줄이고, 건설 자재의 성능을 높이겠다는 작은 아이디어가 지속적인 연구 끝에 큰 결실로 이어진 것이다.
UNIST는 지난 9월 ㈜하우이씨엠에 ‘플라이애시(Fly Ash) 기반 무(無)시멘트 결합재 제조기술’ 2건을 이전했다. 1억 원의 선급기술이전료는 물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총 매출의 1.5%를 경상기술료로 지급받는 조건의 계약이었다. 기술이전의 주인공은 도시환경공학부의 전동호 대학원생과 그의 지도교수인 오재은 교수다.
이번 건은 전동호 대학원생이 학부생 때 떠올린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건설재료에 관심이 많던 전동호 학생은 학부 3학년이던 2014년부터 오재은 교수 연구실에서 인턴십을 시작했다. 석탄 화력발전의 부산물인 플라이애시를 활용한 친환경 건설재료 연구에 참가하기 위함이었다.
전동호 학생은 “당시 연구실 회의 중에 국내에서 발생하는 플라이애시는 반응성이 낮아 해외 재료에 비해 강도가 낮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하면 강도를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고 기술 개발의 계기를 전했다.
그는 “논문을 찾아보던 중에 탄산칼슘(CaCO₃)을 형성하는 반응을 이용하면 플라이애시의 압축강도가 향상될 수 있을 거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다소 생소한 방법이었지만 교수님이 흔쾌히 연구를 지도해 주셨다”고 기술 개발 과정을 설명했다.
전동호 학생이 제안한 방식을 통해 제조된 결합재는 기존보다 5배가량 강도가 높아졌다. 전동호 학생과 오 교수는 이 결과를 분석해 연구 논문을 작성했고, 이를 2015년 건설 분야의 최상위 3% SCI급 권위지인 ‘시멘트 앤 콘크리트 리서치(Cement and Concrete Research)’에 게재했다.
오재은 교수는 “이 기술은 짧은 양생시간만으로도 높은 강도를 발현하는 무(無)시멘트 결합재 기술로서 건설 분야에서 핵심적으로 요구되는 가격경쟁력 및 경량성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며 “전동호 학생이 대학원 진학 이후로도 주도적으로 연구를 진행해 기술 이전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전동호 학생은 대학원 진학 이후 관련 기술을 꾸준히 연구해 SCI급 논문 2건을 추가 게재했고, 지난 6월 한국콘크리트학회에서 우수논문 발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동호 학생은 “작은 아이디어도 진지하게 듣고 지도해주셨던 오재은 교수님과 UNIST에 갖춰진 우수한 연구 환경이 없었다면 기술 이전까지 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자신이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와 설비를 갖춘 곳에서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실험실에서 개발한 기술이 실제로 산업과 환경에 도움 되는 기술로 거듭나 기쁘다”며 “앞으로도 환경오염을 줄이면서도 건설 분야에 기여하는 실용적 기술을 개발하는 역할을 해나가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번에 기술을 이전받은 ㈜하우이씨엠은 경북 영천에 위치한 공장에서 경량 패널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이 기업은 이전 받은 기술로 콘크리트 2차 제품인 블록과 경량골재 시범 생산에 성공했다. 현재 경량골재 대량 생산을 위해 전문 설비를 갖춘 공장을 설립중이다. 설비가 갖춰지면 플라이애시를 이용해 만든 경량골재를 지역 레미콘 공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아래는 전동호 학생과의 일문일답
Q1. 건설재료 공학에 대해서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됐나요?
A1. 오재은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던 영향이 컸어요. 재료공학 분야에 관심을 갖고 전공 선택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오 교수님의 건설재료공학 수업을 들으면서 건설 분야에서도 재료 연구를 한다는 데서 재미를 느꼈어요. 특히 일상에 가까운 분야에서 소재를 연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건설재료를 연구하는데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Q2. 플라이애시를 활용한 건설재료 제작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A2. 플라이애시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7억 5천만 톤 이상 발생되고 절반이상이 매립 처리되는 산업부산물입니다. 막대한 양이 발생하는 만큼 이를 재활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플라이애시에 화학적 활성화제를 첨가하면 ‘고강도 무시멘트 결합재’를 제조할 수 있는데 이 분야의 연구개발이 활발합니다. 이렇게 제작된 결합재는 콘크리트용 시멘트 대체재, 경량골재 및 경량블록 제조 등 다양한 건설재료 제조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Q3. 이 방법이 친환경적 건설재료 제조 방법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A3. 콘크리트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건설재료입니다. 그리고 이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인공재료인 ‘포틀랜드 시멘트’가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포틀랜드 시멘트를 제조할 때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데 있습니다. 시멘트 1톤을 제조하기 위해 대략 0.9톤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이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7%에 달합니다.
시멘트를 대체하기 위한 다양한 건설재료 제조기술이 연구되는 이유인데요, 플라이애시를 활용한 무시멘트 결합재 개발도 이중 하나입니다. 화력발전의 부산물을 활용하는 동시에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4. 학부시절 떠올린 아이디어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어떤 원리로 더 좋은 강도를 얻을 수 있었나요?
A4. 학부 시절 떠올린 아이디어는 ‘결합재의 반응 과정에 탄산칼슘(CaCO3)을 형성시키면, 생성된 탄산칼슘이 결합재 내 빈 공극을 메꿈으로써 기존의 약한 강도를 증진시킬 수 있지 않을까?’였습니다. 하지만, 논문을 작성하면서 분석한 결과, 실험에 사용한 Ca(OH)2와 Na2CO3가 플라이애시의 포졸란 반응(Pozzolanic reaction)을 활발히 일으켜, 강도 발현 물질인 C-S-H(Calcium Silicate Hydrate)가 많이 생성되어 기존보다 훨씬 높은 강도를 가지게 된 것으로 연구됐습니다.
Q5. 이전된 기술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A5. 이전된 기술은 플라이애시의 반응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입니다. 기존에 사용되는 방법을 이용할 땐 충분한 강도를 얻기 위해 한 달 정도의 반응시간을 거쳐야 하지만, 새로 개발된 기술은 하루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렇게 빠른 반응속도는 재료의 경량성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있어 더욱 좋은 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플라이애시는 석탄 원재료와 발전방식의 차이로 인해 해외에 비해 반응성이 낮은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플라이애시를 활용한 건설재료 시장이 활발한 해외에 비해 국내 시장은 크게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기술이전을 희망했던 기업은 이런 환경에서 새로운 기술을 통해 국내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 같습니다.
Q6.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A6. 처음 아이디어를 실험실에서 직접 테스트해보면서 많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재료를 분석하면서 많은 이론을 배우고 있고, 이런 노력을 통해 꾸준한 성취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에서 큰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건설재료 분야 연구에 힘쓰고 싶습니다. 꾸준한 연구를 통해 계속해서 SCI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며 실력을 쌓고, 이번에 이전한 기술을 바탕으로 경량골재 콘크리트에 대해 더욱 깊게 연구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