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의 88%를 차지하는 ‘메탄’을 ‘포름알데히드’로 바꾸는 고성능 촉매가 개발됐다. 풍부한 매장량에 비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던 메탄을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할 길이 열렸다.
안광진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나노 물질로 이뤄진 우수한 ‘메탄 산화체 촉매’를 개발했다. 이 물질은 고온에서도 구조가 안정적이며 반응성도 유지돼 메탄을 포름알데히드로 바꾸는 효율을 기존보다 2배 이상 높였다.
이 연구에는 양의섭 화학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같은 학부 곽자훈 교수와 박은덕 아주대 교수, 정윤석 한양대 교수가 참여했다.
메탄은 석유처럼 화학반응을 통해 유용한 자원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 주목받는 셰일가스의 주요성분이 메탄이기도 해, 이 물질로 고부가가치 자원을 만드는 기술도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문제는 메탄의 화학구조가 워낙 안정적이어서 다른 물질로 바꾸는 반응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 데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메탄은 주로 난방용이나 수송용 연료로 사용돼 왔다.
메탄의 화학구조를 변화시키는 반응을 일으키려면 600℃ 이상의 고온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환경에서 안정적인 구조를 가지면서 반응성도 유지되는 촉매가 필요하다. 기존에는 산화바나듐(V2O2)나 산화몰리브덴(MoO3)가 최적의 촉매로 알려졌는데, 이들을 활용할 경우 메탄의 포름알데이히드 전환율은 10% 미만이었다.
안광진 교수팀은 나노 물질을 이용해 메탄을 포름알데히드로 바꿀 수 있는 촉매를 만들었다. 포름알데히드는 살균제나 방부제, 기능성 고분자 등의 원료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유용한 자원이다.
이 촉매는 얇은 알루미늄 막에 둘러싸인 산화바나듐 나노입자로 이뤄진 코어-쉘(core-sell) 구조를 하고 있는데, 산화바나듐 입자를 알맹이 삼아 알루미늄 껍데기가 둘러싼 모양이다. 껍데기가 알맹이를 보호해주면서 촉매를 안정하게 유지시켜줘 고온에서도 안정성과 반응성을 유지하게 된다.
실제로 이 물질로 촉매 반응을 시험한 결과 알루미나 껍질이 없는 산화바나듐 나노입자는 600℃에서 구조가 망가지고 촉매 활성을 잃었다. 하지만 코어-쉘 구조로 만든 나노입자는 고온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했다. 그 결과 메탄을 포름알데히드로 바꾸는 효율을 22% 이상 끌어올렸다. 기존보다 2배 이상 높은 효율로 메탄을 유용한 자원으로 바꾸게 된 것이다.
양의섭 연구원은 “촉매 기능을 하는 산화바나늄 나노입자가 얇은 알루미늄 막에 둘러싸인 형태를 가지고 있어 내부 입자의 응집이나 구조 변형을 효과적으로 막아줬다”며 “나노입자 위에 원자층으로 껍질을 씌우는 새로운 구조를 통해 열적 안정성과 반응성을 동시에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특히 30년 동안 큰 진전이 없었던 촉매 분야의 개선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메탄에서 포름알데히드를 만들어내는 촉매 기술은 1987년 미국에서 특허로 등록된 이후 큰 진전이 없었던 것이다.
안광진 교수는 “오랫동안 고난이도 기술로 남아 있던 분야에서 한계를 뛰어넘는 고효율 촉매 기술이 개발된 것”이라며 “풍부한 천연자원을 활용하는 차세대 에너지 기술로서 가치가 높다”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안 교수는 이어 “실험실 수준의 성과를 크게 확장해 산업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촉매 제조 기술과 촉매 공정 프로세스를 확장할 계획”이라며 “촉매 기술은 화학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큰 만큼 국가 화학산업에 이바지할 수 있는 실제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C1가스리파이너리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권위있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케탈리시스(Journal of Catalysis)’ 10월 19일 자 논문으로 게재됐고, 특허 출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