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캠퍼스에 연구실을 꾸린 외국인 부부 연구자가 전이 암세포의 이동 전략이 ‘(Lévy walk)’라는 걸 통계적으로 규명해 공동 교신저자로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암 전이 원리를 밝히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전이를 막는 기술 개발에 기여할 전망이다.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Bartosz Grzybowski) 자연과학부 특훈교수(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그룹리더)는 아내인 크리스티아나 칸델-그쥐보프스카(Kristiana Kandere-Grzybowska) 생명과학부 겸임교수(IBS 연구위원)과 연구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10월 31일자(미국 시각)에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전이 암세포가 ‘레비워크 방식’으로 이동하는 걸 통계적 분석한 결과다. 레비워크는 포식자가 먹이를 찾아 불규칙하고 빈번하게 이동하는 전략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를 전이 암세포도 구사한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또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에 걸린 쥐에서도 전이 암세포의 이동을 관찰해 통계적 결과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레비워크란?: 포식자들이 한 지역에서 불규칙하고 빈번하게 방향을 바꾸며 움직이다가 때때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무작위 움직임을 반복하는 걸 뜻한다. 시간 당 움직이는 변화 위치가 단순 확산에 비해선 길지만 방향이 있는 탄도 움직임보다는 짧다.
전이 암세포는 비전이 암세포에 비해 빠르게 방향성을 가지고 확산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두 암세포가 근본적으로 다른 이동 전략을 취한다고 짐작됐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추측을 정확하게 밝힌 연구는 없었다. 전이 암세포의 움직임을 대량으로 기록하기도 어렵고, 데이터를 모아도 레비워크를 구분해 낼 분석법과 시뮬레이션 모델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쥐보프스키 교수 부부를 비롯한 미국과 폴란드 등에서 모인 국제 공동 연구진은 전이 암세포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실험법을 새로 고안했다. 보통 2차원 접시에서 이뤄지던 세포 실험을 1차원으로 단순화한 것. 실제 몸속에서 세포가 섬유질을 따라 움직인다는 데에 착안해 실험을 설계하고 움직임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6개의 다른 종류의 세포(전립선암, 유방암, 피부종양의 전이 세포와 비전이 세포)를 최대 16시간 동안 추적해 세포 한 종류 당 5천~2만 개의 위치 데이터를 얻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 해석은 콘스탄틴 폴레브(Konstantin Polev) IBS 연구위원이 개발한 모델을 토대로 이뤄졌다.
폴레브 연구위원은 “멱함수 분포(power law), 절단된 멱함수 분포(truncated power law), 아카이케 가중치(Akaike weights), 다양한 모델을 연구 및 적용한 결과 전이 암세포가 나타낸 움직임의 누적 빈도분포가 레비워크를 나타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레비워크가 실제 조직에서도 적용되는지 확인하고자 살아있는 쥐 피부에 흑색종 세포를 도입하고, 고해상도 현미경을 사용해 전이/비전이 세포의 이동을 관찰했다. 기록은 종양 부위와 비종양 부위로 나눠 분석됐다. 그 결과 종양 부위에서는 전이/비전이 세포 모두 빽빽하게 위치해 세포 간 충돌이 잦았다. 하지만 종양 부위로부터 멀어지자, 전이 암세포만 방향성을 갖고 빠르게 이동하는 게 관찰됐다.
이번 연구에서 생물학 부문을 맡은 그쥐보프스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비전이 암세포가 확산운동을 하는 반면 전이 암세포는 레비워크처럼 움직인다는 것을 규명했다”며 “암세포 전이 원리에 대한 이해를 제공해 궁극적으로는 암 전이를 막는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연구를 총괄한 그쥐보프스키 교수는 “미래에는 세포 움직임을 수정하는 RNA 기술과 이를 관찰하는 통계물리학의 조합으로 세포를 조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포의 이동 패턴을 파악하는 연구는 세포생물학의 강력한 도구가 되리라 생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