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2016년 솔라시티를 인수하며 ‘태양광 전기차’ 시대의 도래를 예고했다. 전기차 생산과 더불어 각 가정에서 태양광 발전을 통해 친환경 전기 생산과 충전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머스크의 청사진이 펼쳐진 것이다. 지붕에서 태양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저장했다가 자동차에 충전해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꿈처럼 제시된 미래에 한 걸음 가까이 가기 위해선 새로운 융합연구가 필수적이다. 구체적으로는 태양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태양전지 연구,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이차전지 연구와 이 두 가지 기능을 하나로 모으는 연구의 세 가지가 필요하다.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이고, 안전하고 용량이 큰 배터리를 개발하는 동시에 이를 일체화해야하기 때문이다.
UNIST와 헬름홀츠 율리히 연구소는 지난 3월 ‘UNIST-헬름홀츠 율리히 미래에너지 혁신 연구센터(Jülich-UNIST Joint Leading Institute for Advanced Energy Research, JULIA)’를 개소했다. 공동 연구센터는 태양전지와 이차전지를 융합한 미래 에너지를 연구한다.
이차전지와 태양전지, UNIST와 헬름홀츠가 만드는 ‘같이’의 가치
JULIA 연구센터는 ‘일체화 연구’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소들과 차별화된다. 지금까지 태양전지와 이차전지는 각각의 요소기술 발전에 집중해왔다. 태양전지의 경우 기존의 전력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와 연결할 필요성이 많지 않았고, 이차전지의 경우에도 태양광과 직접 융합할 필요성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 센싱, 사물인터넷 등의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작은 양의 전기도 저장할 필요가 생겼다. 태양전지와 이차전지의 융합은 이런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공동연구센터는 조욱 센터장(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와 뤼디거 아이헬(Rüdiger-A. Eichel) IEK-9 센터장의 인연을 계기로 추진됐다. 배터리, 태양전지 등 개별 기술에 강점을 지닌 UNIST와 태양전지-이차전지 융합연구를 발 빠르게 준비하고 관련 시설과 장비를 갖춘 헬름홀츠 재단이 힘을 합친다면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시발점이 됐다.
우수한 연구역량을 보유한 두 기관은 차세대 전지개발을 위한 국제협력 연구를 통해 미래 에너지 시장을 선도할 융합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나아가 주변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신산업을 육성하고 연구개발의 허브를 구축한다면 성공적인 산학연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UNIST의 우수한 기술력과 헬름홀츠의 독보적인 기술사업화 역량을 합쳐 태양전지-이차전지 분야 산학연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JULIA, 기초연구부터 산학협력까지 한 번에!
연구센터는 ‘차세대 에너지 소재 분석’과 ‘친환경 태양광 전지’, ‘알칼리 금속계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한다. 여기엔 에너지 생산 및 저장 소재 분석, 통합 설계 분석 장비 및 소프트웨어 개발,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텐덤형 태양광 소재 · 시스템 개발, 고체형/통합형 리튬 · 나트륨 이차전지, 리튬-에어전지 개발이 포함된다.
연구센터는 기관 간 인력파견 및 교류를 통해 적극적인 협력을 진행하며, 연례 워크숍을 통해 학문적 성과를 나눈다. 또한 합동실험 및 학생 교류도 추진한다. 여기에 태양전지, 이차전지 및 하이브리드 전지 등 관련 연구에 대한 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공동연구센터는 2017년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해외우수연구기관 유치사업(GRDC)’ 선정을 기반으로 꾸려졌다. 이 사업은 과학기술 선진국과 공동연구센터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기초 · 핵심기술을 확보, 기술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연구기간은 2022년까지며, 연구비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34억 5,000만 원, 울산시 지원금으로 5억 원이 지원된다. 이와 함께 독일 헬름홀츠재단에서 매칭자금으로 연간 50만 유로(약 6억 6,000만 원)와 현물 18만 유로(약 2억 4,000만 원)를 지원한다.
지난 3월 개소식을 전후로 연구 공간 및 설비 확충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UNIST 102동 407호에 108㎡ 규모의 센터 공간을 확보해 독일 연구진들이 사용할 사무 공간과 장비 일부를 갖췄다. 센터에는 소재 및 원료를 다루는 장비는 물론 실제 연구실 규모에서의 전지 생산이 가능한 장비가 설치된다.
연구센터 지원 사업은 단계별로 각 2년씩, 총 6년간 진행된다. 1단계(2017~2018)는 공간 확보, 인력 교류, 장비를 설치하는 등의 센터를 구축하는 단계다. 2단계(2019~2020)에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한 실질적 성과를 도출한다. 여기선 개별 요소기술의 개발, 산학연 네트워크 강화가 주로 이뤄진다. 마지막 3단계(2021~2022)엔 미래 에너지 모듈의 상업화도 추진 등을 통해 자생 가능한 국제적인 연구센터로 도약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Mini Interview: 조욱 신소재공학부 교수>
“미래에너지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 … 자생 연구센터로 우뚝“
“연구센터는 태양전지와 배터리 분야의 국제적 R&D 허브로 도약할 겁니다. 산학연 연구개발 클러스터를 구축해 하이브리드 전지 등 미래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고 에너지 분야 신산업을 육성해나가는 역할을 해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연구진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교류를 통해 산업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기술 이전을 통해 울산 지역 에너지 산업 활성화에 힘쓴다. 태양광 관련 스타트업의 창업, 지원 및 관련 기술을 통한 사업화에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나갈 생각이다.
조욱 교수는 “공동연구센터는 주변 기업들과의 협력 및 교류를 통해 산학연 클러스터를 구축해 자생할 수 있는 센터로 발전하고자 한다”며 “국책사업 수주나 펀딩, 기술솔루션 제공을 통한 기업의 투자 유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미래 에너지 신산업 발전을 주도하는 국제적 연구센터가 되겠다”고 말했다.
ABOUT Helmholtz Jülich
헬름홀츠는 막스플랑크, 프라운호퍼와 함께 독일의 3대 연구재단으로 꼽힌다. 헬름홀츠 재단은 4대 재단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18개의 산하기관을 두고, 연간 약 4조 5,000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으며, 기초연구부터 응용연구까지 전주기에 걸친 기술 개발에 큰 강점을 갖고 있다.
UNIST와 손잡은 율리히 연구소는 헬름홀츠 재단 산하 18개 기관 중 하나로 정보와 뇌과학, 에너지와 환경의 두 축으로 구성돼 있으며,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역량을 자랑한다. 독일 서부에 위치한 연구소에선 5700명의 직원과 900여명의 초빙연구원들이 7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사용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2018 UNIST-전자신문 공동기획 더 보기>
- [추격에서 선도로, 글로벌 연구협력 허브 UNIST] (1) 프롤로그
- [추격에서 선도로, 글로벌 연구협력 허브 UNIST] (2) 프라운호퍼ICT 한국분원
- [추격에서 선도로, 글로벌 연구협력 허브 UNIST] (3) JULIA 연구센터
- [추격에서 선도로, 글로벌 연구협력 허브 UNIST] (4) UCSD와의 연구협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