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색을 구현하는 광학재료인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로 유연성이 뛰어난 발광소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천연색 화면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를 자유롭게 접을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신소재공학부의 송명훈‧김주영 교수 공동연구팀은 접을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한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소자(Perovsktie LEDs, 이하 PeLED)’를 개발했다. 소자의 전극을 금속 대신 투명한 물질로 바꿔 반투명한 성질도 확보했다.
▲ PeLED 유연 특성을 보여주는 동영상. 거의 절반으로 접어도 빛을 밝히며 성능에 문제 없음을 알 수 있다.
PeLED는 화합물에 전류를 흘려 빛을 내는 반도체인 LED(Light Emitting Diode)의 일종이다. 이 소자는 전기를 받아 빛을 내는 활성층으로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사용하는데, 전자이동도가 높고 색순도가 좋으며 색조절도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존 PeLED는 금속 전극의 한계로 유연성이 낮고 불투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전극으로 투명하고 유연한 ‘은 나노와이어(Siver Nanowire)’와 전도성 고분자를 활용했다. 또 고분자 전해질을 도입해 전자가 더 잘 이동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소자 성능을 높였다. 그 결과 새로운 PeLED는 기존 대비 투명도가 50% 수준으로 높아졌고(반투명), 2.5㎜ 굽힘 곡률에서도 발광 특성을 유지했다.
공동 제1저자인 이상윤 UNIST 신소재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굽힘 곡률은 소자 성능이 유지되는 휘어짐 정도를 나타낸다”며 “숫자가 작을수록 유연하다는 뜻인데, 2.5㎜ 수준은 절반으로 접어도 성능이 유지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PeLED의 기계적 물성을 구체적으로 측정한 기법으로도 주목받았다. PeLED 제조공정과 동일한 방법으로 제작된 구성 재료를 미세하게 잡아당기거나 누르면서 기계적인 특성을 분석한 것이다. 기존 방식(PeLED 전체 소자를 반복적으로 굽혀 나타나는 효율변화로 유연성 측정)보다 훨씬 구체적인 기법으로 평가된다.
공동 제1저자인 김시훈 신소재공학부 박사는 “새로운 측정기법으로는 PeLED 구성 재료의 탄성한계를 이용해 소자의 유연성을 평가할 수 있어 더욱 정확하게 소자의 효율저하 원인을 분석할 수 있다”며 “PeLED 외에도 다층 구조를 가지는 유연소자에도 활용 가능하다”고 전했다.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은 공기 중 수분이나 산소와 쉽게 반응해 성능이 쉽게 저하된다. 이 때문에 실제 소자에 쓰이는 박막 형태의 페로브스카이트는 기계적 물성을 측정하기 어렵다고 알려졌다. 반면 이번 연구에서는 진공 상태에서 작동하는 전자현미경을 활용해 실제 소자의 구성요소로 쓰이는 두께에 대한 기계적 물성을 측정했다.
▲ PeLED 구성 재료를 실제로 소자에 쓰이는 형태로 만들어 뾰족한 입자로 누르면서 기계적 특성을 측정(홀-나노인덴테이션)하고, 페로브스카이트의 경우는 일축인장실험으로 더 정확하게 측정했다.
김주영 교수는 “이번 연구로 PeLED의 유연성을 향상시키고 유연성 소자를 더 정확하게 분석하는 게 가능해졌다”며 “이 기법을 다양한 조성의 페로브스카이트 연구에 적용해 PeLED의 안정성과 성능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명훈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는 우수한 전기·광학적 성능 덕분에 최근 많이 연구되는 소재”라며 “이번 연구로 투명성과 유연성에 대한 약점을 극복한 만큼 다양한 분야로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1월 15일(화)일자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연구 지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전략구조소재 신공정 설계연구센터(ERC, 센터장 서울대 한흥남)과 멀티스케일에너지시스템연구단(글로벌프론티어사업, 단장 서울대 최만수), UNIST-(주)삼성디스플레이 OLED 연구센터(센터장 UNIST 변영재)를 통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