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의 속도와 자극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인공 촉매 반응기’가 나왔다. 빛(근적외선)으로 원격 조종할 수 있어 약물이 세포에서 어떤 결과를 나타내는지 살펴볼 효과적인 도구로 기대된다.
생명과학부의 조윤경 교수와 수밋 쿠마(Sumit Kumar) 박사는 POSTECH 이인수 교수, 아밋 쿠마(Amit Kumar) 박사와 공동으로 근적외선으로 조절할 수 있는 ‘플라스몬-촉매-나노 반응기(PINERs, plasmonically-integrated nanoreactors)’를 개발했다. 이 물질은 약물이나 화학적 반응을 살펴보기 위한 인공 촉매 반응기로, 살아있는 세포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고 원격 조종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우리 몸은 내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화학 반응 덕분에 생명을 유지한다. 새로운 약물이 들어오면 이런 화학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를 미리 검증하기 위해 세포 반응 실험을 한다. 이 때 부작용 없이 빠른 효과를 보이면 실제 신약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살아있는 세포를 대상으로 생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인공 촉매 반응기’의 개발이 중요하다. 특히 원격으로 반응속도와 자극을 조절할 수 있는 인공 촉매 반응기 개발은 많은 과학자들의 숙원이었다.
조윤경 교수팀은 금(Au), 팔라듐(Pd), 백금(Pt) 같은 귀금속 촉매의 나노 결정(약 2㎚ 내외)을 중심에 가진 PINERs를 개발했다. 중심에 있는 촉매들 바깥에는 플라스몬-금-나노타원체(크기 약 15㎚)가 둘러싼 이중 구조인데, 전체 크기는 약 100㎚ 정도 된다. 중심에 있는 귀금속 촉매는 생화학반응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여기에 신호를 전하는 역할을 플라스몬-금-나노타원체가 하게 된다. 참고로 플라스몬(plasmon)은 금속 내 자유전자가 집단적으로 진동하는 유사 입자로, 가시광선부터 근적외선 대역의 빛을 흡수할 수 있다.
PINERs는 원격으로 주어진 근적외선을 흡수해 열로 바꾸는데, 이때 반응성 전하 운반체를 생성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일종의 ‘광학 안테나’로 작용해 근적외선으로 보낸 신호를 세포 내부에 전달하는 것이다. 그 덕분에 살아있는 세포에는 나쁜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원하는 생화학 반응만 극적으로 자극할 수 있게 된다. 특정 세포 내에서 유기분자의 다양한 반응에서 촉매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세포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화학적 결합의 형성과 파괴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또 유기 반응을 통해 세포 조직 내에서 치료 약물의 효과를 시험하거나 부작용 없는 약물 치료 및 초정밀 진단 기술의 발견도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주도한 이인수 교수는 “PINERs는 특정 세포 내 다양한 촉매 반응을 선택할 수 있고 속도를 제어할 수 있어, 향후 진단 및 치료 플랫폼으로 확장 개발될 수 있다”며 “생체 내 특정 질병 세포에만 활성화되고 약물로 전환되도록 유도하는 일도 가능해 독성을 최소화하면서 약물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ACS 카탈리시스(ACS Catalysis)지 2월호 표지논문(supplementary cover)으로 선정됐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리더연구자지원사업과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의 지원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