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퍼스에 마련된 실험실에서 한 예술가가 땀을 흘리고 있다. 땀복을 입고, 텐트 속에 들어가 난로를 쬐고 있는 그는 이렇게 흘린 땀을 모아 말려 ‘소금’을 추출한다. 불편하고 찝찝해 씻어버리기 바빴던 땀에서 나온 소금은 예술가의 손에서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UNIST(총장 정무영)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28일(월) 과일집(125동)에서 진행되는 ‘사이언스월든 과학–예술 레지던시’의 결과물 전시다. 이는 1월 한 달간 김등용, 김순임, 정재범 3명의 작가가 캠퍼스에서 먹고 자며 만든 작품을 선보이고 설명하는 자리다.
작가들은 각각 땀에서 추출한 소금, 먹고 남은 껍질이나 찌꺼기, 주변에 흔한 동전 등을 소재로 삼아 작품을 제작해왔다. 이들 작품은 UNIST 사이언스월든 센터가 연구하고 있는 ‘똥본위화폐’와 ‘순환경제’를 예술가의 시선으로 해석해 표현한 것이다.
전시와 작품 활동이 진행되는 과일집은 인분(人糞)을 재료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설비가 설치된 사이언스월든 센터의 생활형 실험공간이다. 여기선 그동안 버려지던 인분을 새로운 가치로 재창출하고자 하는 여러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작가들은 여기에서 영감을 얻고, 연구진과 소통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김등용 작가의 작품은 버려지는 것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특히 몸에서 배출돼 버려지는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그는 ‘땀’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직접 땀을 흘리고 이를 모아 증발시켜 추출한 ‘소금’ 등의 성분을 재료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땀을 흘리는 것은 보통 불편하고 불쾌한 경험으로 생각되기 쉽다”며 “땀을 흘리고, 땀에서 추출한 소금 성분을 이용한 작품 활동을 진행하면서 불편함 속에 담긴 가치와 의미를 발견해보려 했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마찬가지로 버려지는 것에 관심을 가진 김순임 작가는 먹은 후에 남겨지는 것을 주제로 삼았다. 그녀가 그려낸 드로잉의 재료는 차를 우리고 남은 잎, 과일껍질, 커피 찌꺼기 등 평소 ‘음식물쓰레기’로 불리는 것들이다.
김순임 작가는 “사이언스월든 센터의 연구는 그동안 의미 없이 버려지던 것을 되살리고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이라는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며 “우리가 먹고 남은 것들 또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면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범 작가는 화폐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전, 지폐 등 우리 주변의 화폐들에 담긴 상징과 의미를 깊이 있게 살펴보고 이들 화폐가 놓치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정 작가는 “현대의 화폐는 값싼 금속이나 섬유 위에 새겨진 상징만으로 욕망의 대상이 되는 기묘한 존재”라며 “똥본위화폐에 대한 탐구를 통해 화폐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의미를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해보고자 한다”고 전했다.
세 작가의 작품 활동은 환경공학, 인문학, 예술의 결합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이언스월든 센터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지난 2017년 11월에는 전원길, 임승균 작가 등 2명이 참가해 작품 활동을 진행한 바 있다. 이렇게 진행된 상주 프로젝트는 연구원과 작가 모두에게 신선한 자극을 제공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한편 30일(수) 오후 7시에는 ‘기술과 함께하는 음악 – 전자음악’을 주제로 과일집 음악회가 열린다. 다양한 예술적 접목을 추구하고 있는 사이언스월든 센터에서 시도하는 음악과의 연결이다. 이날 음악회에는 서혜민, CLAUDE, 박승원, Dey Kim 등의 음악가들이 나서 공연을 펼친다. 공연은 무료로 진행되며 관심 있는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