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과산화수소(H₂O₂)’를 전기로 만드는 새 촉매가 개발됐다. 친환경적이고 값싸게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새로운 길이 열릴 전망이다.
주상훈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전기를 이용해 산소(O₂)를 과산화수소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고성능 탄소 촉매’를 개발했다. 이 촉매는 반응을 활발하게 만드는 엣지(Edge), 즉 가장자리가 풍부하다. 그 덕분에 엣지가 거의 없을 때보다 28배나 뛰어난 과산화수소 생성 능력을 보였다.
과산화수소는 냄새가 없고, 무색투명하며, 강한 산성을 띠는 액상 화합물이다. 종이를 만드는 제지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화합합성 분야에서 널리 쓰인다. 기존에는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다 고압의 수소(H₂)와 귀금속 촉매(Pd)를 사용하는 공정으로 만들어 생산단가가 높았다. 게다가 유기폐기물이 다량 생성돼 환경오염도 유발했다.
친환경적이고 값싼 과산화수소 생산법으로는 ‘전기화학적 변환’이 꼽힌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 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공기 중 산소를 과산화수소로 변환시키는 방식이다. 이때 산소를 환원시켜 선택적으로 과산화수소로 전환하는 반응을 촉진하는 저렴한 촉매가 가장 중요하다.
제1저자인 사영진 박사는 “탄소 원자가 모여 흑연 결정을 이루면서 나타나는 엣지는 촉매 활성이 우수하다고 알려졌다”며 “이 연구에서는 엣지가 많이 노출된 탄소 물질을 합성하는 데 성공해 과산화수소 생성 성능을 크게 높였다”고 밝혔다.
주 교수팀은 나노 다공성 물질의 구멍 내부에서 탄소 원자를 흑연 결정으로 성장시키는 전략을 고안했다. 구멍 속에서 성장한 탄소 원자는 수직으로 층을 이루는데, 이때 엣지 수가 현저히 증가한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다.
엣지 수가 늘어난 탄소 촉매는 엣지가 거의 없는 탄소 나노튜브(CNT)보다 약 28배 높은 과산화수소 생산 성능을 보였다. 산소 선택도 99% 수준으로 매우 우수했다. 현재 보고된 탄소 촉매 중 최고 성능이다. 또 엣지 많은 탄소 촉매는 안정성도 우수해 16시간 연속 구동하면서 상당한 양의 과산화수소를 포함한 반응수(反應水)를 생산했다.
주상훈 교수는 “고성능 탄소 촉매로 얻은 반응수는 추가로 분리하거나 농축하지 않고 표백이나 산폐수 처리 등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며 “새로운 탄소 촉매를 전기적 과산화수소 산업으로 응용할 미래가 매우 기대된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또한 촉매에서 산소로 전자(Electron) 하나를 전달하는 과정이 반응속도를 결정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전자를 받은 산소 원자(산소 라디칼)는 반응하려는 에너지가 커지므로, 촉매에서 전자를 얼마나 빠르게 넘겨주느냐가 전체 반응속도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전자 전달이 잘 이뤄지는 엣지 많은 탄소 촉매로 과산화수소 생산 성능을 크게 높임으로써 실험적으로 증명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화학계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독일의 학술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1월 21일(월)에 출판됐고, 결과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최우수 수준 논문에 해당되는 ‘VIP(Very Important Paper)’에 선정됐다.
이번 연구는 주상훈 교수 주도 하에 사영진 박사, 김재형 연구원이 참여했다. 또한 교육부(장관 유은혜)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사업과 기초연구실사업의 지원을 통해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