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하나만 쓰면 현실세계에 가상을 더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증강현실(AR)’이라는 기술 덕분이죠. 이 기술의 성패는 안경을 통해 보이는 가상세계가 얼마나 밝고 선명하냐에 달렸는데요. 현재로선 ‘마이크로LED를 적용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로만 실현 가능합니다.”
증강현실은 현실에 가상의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해 원래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컴퓨터 그래픽 기법이다.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면 현실에 없는 포켓몬스터가 나타나는 ‘포켓몬고’ 게임이 대표적이다. 이 기술이 확대되려면 스마트폰 화면이 아니라 안경이나 렌즈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
안경 렌즈에 쏘아주는 정보나 사물이 현실과 더해지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보았던 최첨단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안경처럼 투명한 유리에 가상의 영상을 구현하기 어려웠다. 햇빛이나 전등의 빛에 뒤지지 않을 만큼 밝고 선명한 빛으로 화면을 나타내야 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할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이 바로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다.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는 크기 0.01㎜ 이하의 미세한 LED를 반도체 기판 위에 직접 형성하고, 픽셀 하나하나가 따로 빛을 낸다. 기존 OLED보다 밝고, 선명하며 전력소모도 적어 증강현실을 구현할 ‘스마트 글래스(smart glass)’에 적용 가능하다. 새로운 기술이라 아직 시장의 주도권을 쥔 곳은 없고, ㈜사피엔반도체가 확보한 기술력이면 세계무대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초소형 마이크로LED 생산을 주도하던 기업이 ㈜사피엔반도체와 계약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사피엔반도체의 이명희 대표(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2025년까지 기존의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시장의 90%를 마이크로LED가 대체한다는 전망이 나올 만큼 이 기술의 파급력은 크다”며 “마이크로LED에 필수적인 반도체 회로기판(backplane)에 들어가는 반도체 설계 기술 역시 폭발적인 수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2017년 8월 설립된 ㈜사피엔반도체는 마이크로LED에 들어가는 반도체 기판 설계 기술로 이미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벤처 설립 후 1년만에 TIPS에 선정돼 투자금을 유치한데다, 이미 계약한 해외 고객사 외에도 다른 글로벌 기업에서도 연락이 오는 중이다.
이 대표는 “새로운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한 만큼 관심 있는 기업도 많다”며 “향후 구글(Google)과 애플(Apple), 페이스북(Facebook) 같은 세계적 IT기업도 ㈜사피엔반도체의 고객이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