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통신에서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한 대학원생의 연구가 국제 학회에서 주목받았다. 기존보다 크기는 작으면서도 전력은 더 적게 쓰는 ‘통신 칩 회로’를 설계한 결과다.
UNIST 전기및전자공학과 임영현 대학원생(지도교수 최재혁)은 ‘2019 국제고체회로설계학회(International Solid-State Circuits Conference, ISSCC)’에서 학생 연구 발표상(Student-Research Preview Award, SRP)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ISSCC는 매년 전 세계 반도체 기술자들이 모여 논문을 발표하고 최신 기술을 논의하는 자리다. 유수의 대학들은 물론 퀄컴, 삼성 등 글로벌 IT기업도 함께 참가해 반도체 회로와 시스템의 미래를 다루기 때문에 ‘반도체 올림픽’으로도 불린다.
학생 연구 발표상은 학회 참가 학생만을 위한 대회다. 매년 가을 예선을 거쳐 선발된 60여 명이 본선을 치른다. 현장에서 포스터를 전시하고 연구내용을 발표하는 이 대회에는 MIT, 스탠퍼드대, 조지아텍, 미시건대 등 유명 대학의 학생들도 함께 참여했다.
임영현 대학원생은 ‘5G 통신을 위한 고효율, 초소형 전력관리 회로 개발’에 관한 연구로 우승을 차지했다. 통신 칩 내부의 전력관리 회로를 개선한 이 연구는 기존 칩 대비 4분의 1 정도의 면적만 이용하면서도 전력 소모 효율은 2배 이상 늘렸다.
임영현 대학원생은 “5G 환경에서는 막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고성능 회로로 인해 통신 칩의 면적도 커지고, 전력 소모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소형 스마트 기기에서 5G 통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전력관리 회로의 구성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통신 칩 회로는 동작 방식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크기는 같아도 전력 효율과 성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전력관리 회로는 전체 통신 칩에서 큰 면적을 차지하면서, 전체 전력 소모를 관리하는 영역이라 설계에 따른 효율 향상 효과가 크다.
임영현 대학원생은 전 세계 인재들과의 경쟁에서 우승을 차지한 비결로 풍부한 학회 참석 경험을 꼽았다. 올해로 4년 연속 ISSCC에 참석한 그는 매년 세계적인 연구자들의 발표를 들으며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고, 본인 연구를 향상시켰다.
임영현 대학원생은 “이렇게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건 지도교수이신 최재혁 교수님이 첨단 기술의 현황을 익히고, 연구 동향을 익히도록 배려해주신 결과”라며, “연구실 소속 학생 전원이 ISSCC를 포함한 주요 학회 참여기회를 보장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영현 대학원생은 앞으로도 전력회로 개선을 위한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연구실에서 각종 연구와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한 그는 올해 9월부터 미국 실리콘벨리로 넘어가 퀄컴에서 인턴으로 근무한다.
한편 2019 ISSCC는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됐다. ISSCC에는 매년 전 세계 3,000여 명의 연구자가 참석해 2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다. UNIST는 지난 2018 ISSCC에서도 학생 발표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당시 수상자였던 윤희인 대학원생도 최재혁 교수 연구실 소속이다.
<아래는 임영현 학생과의 일문일답>
1.학생 연구 발표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대회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ISSCC는 매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되는 국제 학회입니다. 학생 연구 발표상(SRP)은 학회 동안 학생들만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세션입니다. 여기선 세계 각 대학의 주요 연구실에서 대표 학생을 선정해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평가받게 됩니다.
학회는 봄에 개최되는데, 전년도 가을에 미리 예선을 진행합니다. 연구실별로 1명만 참가할 수 있어 연구실 내에서도 예선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선에서는 각 참가자의 논문과 연구 성과를 서면으로 심사해 60여 명을 선발합니다. 이렇게 선발된 본선 진출자들은 학회에서 직접 연구를 발표할 수 있게 됩니다.
2.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첨단 기술을 직접 마주하고 그 흐름과 방향을 읽었던 것이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올해로 ISSCC에 4번째 참석했습니다. 매년 달라지는 흐름과 연구자들이 집중하는 분야를 알고 여기에 집중했던 것이 좋은 평가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최재혁 교수님이 이끄는 연구실에서는 매년 전원이 ISSCC에 참가합니다. 우수한 연구자들의 발표를 듣고, 회로/반도체 분야에서 어떤 연구가 주목받고 있는지 직접 살펴보는 것은 연구실 모두에게 큰 자극과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3. 발표한 연구 성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이번에 발표한 주제는 ‘5G 통신을 위한 유동적 전압공급이 가능한 고효율, 저전력, 초소형 전력관리 회로 개발’에 관한 것입니다. 전력관리 회로의 효율을 높이고 면적을 줄이는 방안에 대한 연구입니다.
최근 화제인 5G 통신은 4G에 비해 빠른 속도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전송하는 기술입니다.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려면 많은 전력이 필요하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회로의 크기도 커집니다. 현재 전력관리 회로는 전체 통신 칩 면적의 40%, 전력 소모의 45%를 담당합니다. 이 전력관리 회로를 효율적으로 구성하게 되면 통신 칩 전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저는 먼저 전력소모량을 줄이기 위해 고속 피드백 루프를 설치하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통신 장치가 필요로 하는 전력을 실시간으로 측정, 예측해 그만큼의 전력만을 공급할 수 있도록 회로를 구성한 것입니다. 이렇게 구성된 회로는 잉여 공급 전력을 줄여 기존 회로 대비 2배의 전력 소모 효율을 나타낼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회로의 크기를 줄이는 것입니다. 이는 전압안정기 내부에 큰 면적을 차지하는 수동소자를 줄이는 방법을 통해 가능했습니다. 저는 통신 칩 내부의 개별 요소마다 설치되던 수동소자를 하나의 소자로 통합해 관리하도록 재구성해 면적을 줄이면서도 안정성을 확보했습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전력관리 회로의 크기를 기존 대비 1/4로 줄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제작된 전력관리 회로는 면적을 작게 만들면서도 전력소모량을 줄일 수 있어 경제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4. 본인 연구 분야를 설명해준다면
대학원 진학 이후 지속적으로 전력관리 회로의 개선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전력관리 회로의 개선은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등 휴대용 IT 기기의 성능 향상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5G 통신이 적용된 기기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분야입니다.
전력관리 회로를 개선하면 기기의 크기는 작아지면서, 사용시간은 늘릴 수 있습니다. 5G 통신은 자율주행차량, VR/AR 영상전송, 웨어러블 디바이스, IoT와 스마트 드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이들 기술은 모두 안정적이고 오래가는 통신이 필요합니다. 특히 안전과 관련된 분야는 안정적인 통신이 매우 중요합니다. 전력관리 회로의 개선은 안전하고 유용한 통신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되는 분야입니다.
5. 전자공학, 통신 분야 연구를 선택하게 된 이유?
회로를 설계하고 이를 적용하는 연구가 실생활에 맞닿아있는 것이 좋아 이 분야를 선택했습니다.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등 주변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기기에 직접 개발한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 제 노력이 효율적이고 편리한 기기로 발전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제가 하는 연구는 통신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과정의 한 부분이겠지만, 제 노력이 그 큰 발전의 흐름 속 하나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수많은 연구자의 성과가 하나하나 모여 사람들이 더욱 안전하고 편안한 통신이 만들어지는 가운데 저도 하나의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