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그리는 미래를 예술로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작가, 작곡가, 과학자, 공학자, 디자이너들이 모여 ‘똥본위화폐(feces Standard Money, fSM)’를 중심으로 환경과 순환의 가치를 그려낸 결과다.
UNIST 사이언스월든 센터가 인천아트 플랫폼 B동에서 ‘사이언스월든 과학&예술 융합프로젝트 연구 성과전’을 개최한다. 4월 7일(일)부터 5월 12일(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무한한 똥본위화폐(Infinity fSM II)’다.
똥본위화폐는 인분(人糞)으로 가치를 만드는 대안화폐 시스템이다. 한 사람이 생산하는 인분을 재처리해 에너지로 전환하고, 이렇게 생산된 에너지만큼의 가치를 화폐로 지급해 배변활동만으로 기본소득을 제공받게 하는 것이다.
사이언스월든 센터에서는 똥본위화폐의 실현을 위해 최소한의 물로 인분을 처리하는 스마트변기, 바이오에너지 생산을 위한 시스템 등을 연구하고 있다. 센터는 이와 더불어 똥본위화폐의 가치를 예술적, 인문학적으로 해석하고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15년 사이언스월든 센터가 출범한 이후 진행해온 과학–예술 융합 프로젝트의 결과물 23점이 선보인다. 구지은 작가가 전시총괄을 맡았고, 박승진, 김원진, 김등용, 김순임 작가, 이보배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사이언스월든 센터에서는 이현경 교수, 김대희(Dey Kim), 최미진, 윤빛나, 최미출 연구원과 허희진, 김우연 도시환경공학부 과학예술융합대학원 학생이 함께했다.
구지은 작가는 “이번 전시는 2018년 UNIST 캠퍼스에서 진행된 기획 전시의 후속 전시로, 2018년과 2019년 동안에 사이언스월든 기획전시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함께 선보인다.”며 “사이언스월든 센터 연구진과 참여 작가들이 지금까지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 온 결과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전시에서는 환경과 수질오염, 순환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이 선보인다. 이들 작품들은 똥본위화폐의 실현 과정에서 거치게 되는 고민에서부터 시작했다.
구지은 작가와 최미진 연구원이 구성한 ‘하이퍼 커넥티드 소사이어티(Hyper Connected Society)’는 수세식 변기로 인한 수질오염과 똥본위화폐를 통한 변화의 가능성을 표현했다.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진 뫼비우스 띠 형태의 구조물은 국내 환경오염관련 데이터를 3차원으로 변환한 것이다. 작품에는 끝없는 오염의 고리를 똥본위화폐로 끊어내고, 새로운 변화를 창출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전시에선 김등용 작가가 진행한 ‘한땀 프로젝트’도 만나볼 수 있다. 지금껏 불편하고 가치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인분이 새롭게 가치를 얻는데서 영감을 받은 김 작가는 ‘땀’의 가치를 되살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불편하고 싫은 것으로만 여겨졌던 땀 흘리는 행위를 가치 있는 예술로 바꾸는 시도다.
이외에도 일기장을 태운 재, 버려지던 음식물 쓰레기로 제작한 작품 등 버려지고 잊힌 것들의 의미를 되살리는 작업과 세재, 플라스틱 등 우리 주변의 오염을 일으키는 물질을 재료로 만든 작품 등 독특한 소재와 아이디어로 제작된 작품들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한편 7일(일) 오후 4시에는 전시 오픈 기념 설명회가 진행되며, 13일(토) 오후 4시에는 음악가 Dey Kim, 노디, 임용주, 차승민이 참여해 기념공연을 진행한다. 공연과 전시는 관심 있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