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를 위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디자인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놓은 산학협력 과제 중 유일하게 외장 디자인 스타일링을 다루는 내용인데, 이를 UNIST이 주도하게 됐다.
정연우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팀은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선정한 산학협력과제에 선정됐다. 주제는 ‘i 세대를 위한 자율주행 자동차의 외관 스타일링’으로 4월부터 7개월간 진행할 예정이다.
i 세대는 1995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어나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에 친숙한 미래세대를 일컫는다. 정연우 교수팀은 이들 세대의 생활양식과 소비문화를 반영한 자동차 외관 디자인을 계획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주로 활용하는 해시태그를 모아 분석하고, 이 세대들을 설명하는 주요 단어와 어울리는 자율주행 콘셉트를 살피면서 디자인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산학협력은 주제별로 하나의 학교만 선정되는데, 외장 디자인 분야에서 예술대학이 아닌 과학기술원 UNIST가 뽑혀 눈길을 끈다. 정연우 교수는 “국내 완성차 기업이 과학기술원과 함께 진행하는 첫 외장 디자인 스타일링 사례이기도 하다”며 “그동안 축적된 UNIST의 디자인 역량과 자동차를 비롯한 각종 운송수단 (mobility) 디자인에 특화된 연구실의 경험이 과제 선정에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정연우 교수팀은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19’에서 ‘체이스클레어(ChaiseClaire)’라는 신개념 운송수단으로 본상을 받기도 했다. 체이스클레어는 무겁고, 힘들게 바퀴를 밀어야 하는 휠체어를 혁신적으로 개선한 새로운 운송수단이다. 그래핀과 고탄성 매쉬 소재를 이용해 무게를 줄이고, 전력으로 구동을 돕는 인휠 모터를 장착해 힘이 약한 사람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정연우 교수는 “휠체어는 환자나 노인처럼 거동이 불편한 사람만 이용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차별화된 시도”라며 “일반인도 한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매력적이라 ‘새로운 1인 운송수단(personal mobility)’으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이스클레어는 2021년 출시를 목표로 양산화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실제 사용될 작동방식, 인체공학적 형태, 조립 구조를 고려한 설계까지 진행하고 있다. 바퀴 내부에 장착될 모터는 사용자가 힘을 적게 들이도록 돕는다. 또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동작을 시뮬레이션해 안정된 무게중심도 연구했다.
정 교수는 “국제 디자인 대회에 출품되는 디자인 대부분이 콘셉트에 그치는 반면, 체이스클레어는 상용화까지 염두에 두고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다”며 “드론돔(Drone Dome)이라는 회사와 함께 양산까지 추진할 예정이며, 올해 말경에는 시제품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 교수팀은 2018년부터 현재 경기도에서 운행되고 있는 국내 최초의 자율주행 버스인 ‘제로셔틀(Zero Shuttle)’의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또 2017년에는 만도와 함께 개발했던 모듈형 사륜전기자전거, 8개 국가연구기관이 공동연구하는 차세대 운송수단 하이퍼루프 디자인으로 다수의 디자인상을 받았고, 2016년에는 엘지전자와 개발했던 로봇 유모차 ‘베이비킹(Babyking)’으로 스파크 디자인 어워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15년에는 신개념 수상동력정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전기차 토털 서비스 솔루션 전문업체인 ‘이빛컴퍼니’와 손잡고 오래된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개조하는 과정에서 디자인 개발 부분을 지원하기로 협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