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헬스케어센터에서 한국형 표준 자살 예방 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 교육을 개최한다. 정두영 헬스케어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 직접 강사로 나서는 이번 교육은 3일(금)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UNIST 제2공학관(104동) E206호에서 진행된다. (교육신청)
이날 교육에서는 자살 고위험군을 빨리 알아차리는 방법인 ‘보기’, 자살 위험성에 대해 적극적이고 공감적으로 경청하는 방법인 ‘듣기’, 안전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전문기관에 연계하는 방법인 ‘말하기’ 등 자살 예방 전 과정에 대해 안내할 계획이다.
자살은 우리나라 10대와 20대 30배의 사망원인 1위로 꼽힐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이를 고려할 때 과기원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자살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이번 교육은 특히 건강한 학교와 직장문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조직 리더들을 대상으로 기획됐다. 이들의 구성원 전반에 주는 영향력을 고려한 것으로, 향후 대상을 넓혀갈 예정이다.
정두영 헬스케어센터장은 “지도교수의 역할을 학생들에게 전공지식을 전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과기원 지도교수는 학생들이 최고 수준의 공학자와 과학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삶의 자세를 지도해야 한다”며 이번 교육에 참여를 독려했다.
과기원에 입학한 학생들은 높은 경쟁률을 넘어 선발됐지만, 이들에게도 학업과 연구 과정이 마냥 쉽지만은 않다. 따라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 있고, 이런 심리적 괴로움으로 인해 자살을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게 정두영 센터장의 설명이다.
정두영 센터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삶이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며 “이를 조기에 인지하고 예방할 수 있어야 훌륭한 인재를 잃지 않고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비록 당장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도 이미 충분히 훌륭한 학생이므로 다음 기회에 다시 도전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며 “학생을 지도하다 보면 부정적 피드백을 할 경우도 있지만 이를 통해 일이 바른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해야 하며,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번 교육에는 이재성 교학부총장을 비롯해 교원과 관리직 직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 센터장은 학생이나 직원 등 사람을 관리하는 지위에 놓인 사람들의 자살예방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할 예정이다.
한편, 헬스케어센터는 정신건강검진, 개인상담, 약물치료, 집단프로그램 등 정신건강 서비스를운영하고 있으며, 매해 이용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헬스케어센터 구성원들의 한 마디
정두영 센터장
저도 한 연구실의 지도교수로서 학생이 가져온 결과물에 부정적인 대답을하게 될 때 어려움을 겪습니다. 우리는 부정적 피드백을 통해 일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게 하면서 동시에 멘티의 상태를 살피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집안에서도 부모가 자식을 잃은 후에 ‘그 때 그 신호를 내가 놓쳤구나’라고 탄식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그 신호를 알고 있어야 보입니다. 어쩌면 정신과 의사의 역할보다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는 무엇이 되었든 격려하는 입장에서 일 대 일의 공간을 이용해 환자를 만납니다. 그러나 일상의 대화에서는 학생의 성장을 위해 부정적 피드백을 줄 수밖에 없는 다양한 상황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자살예방교육이 필요합니다.
한재욱 전문의
세상에는 두 종류의 정신과 의사가 있다고 합니다. 환자의 자살을 경험한 의사와 앞으로 경험하게 될 의사. 전문가조차 자살을 완벽하게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는 자살이 다양한 요인들에 영향을 받고, 자살하는 사람들은 이미 길고 힘든 시간을 보낸 후 소진된 채 병원이나 상담소를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자살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대개의 사고들이 그렇듯, 자살 역시 여러 경고 신호들과 예방이 가능한 단계들이 선행됩니다. 무관심하거나 잘 모르면 놓치기 쉽습니다. ‘보고, 듣고, 말하기’는 실생활과 학교 현장에서 이러한 신호들을잘 알아차리고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는 일련의 방법, 과정을 안내드립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교육을 듣고 ‘자살예방, 생명사랑지킴이’로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에 동참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유경 임상심리사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자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자살 위험은 여전히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건강한 일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서로에게 세심하고 다정한 관심을 기울이는 문화형성이 필요합니다.
신지민 상담사
상담하면서 만난 내담자들은 힘든 감정을 흔히 ‘죽고 싶다’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지속된 심리적 고통은 이 과장된 표현을 넘어, 자살을 고통스러운 감정을 완전히 끝낼 수 있는 도구로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 최후의 방법을 선택하기 전에 고통에 대처하고 벗어나도록 도울 수 있다면 그들은 삶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 도움의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배우고, 익히고, 돕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차미애 상담사
자살 관련 뉴스 소식을 듣고 자신도 죽고 싶다거나, 혹은 주변 친구가 자살 이야기를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듣습니다. 자살예방교육은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유니스트 구성원 모두가 어떻게 서로를 도울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