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안전하고 경제적인 ‘초소형 원자로’ 개발이 시작된다. 극지와 해양-해저 탐사선과 부유식 발전선용 원자로를 목표로 4년간 추진될 프로젝트다.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의 황일순 석좌교수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원자력연구개발사업 중 ‘원자력융합기술개발’ 과제에 선정됐다. 앞으로 2단계(2년+2년)에 걸쳐 추진될 이 과제에는 울산광역시가 최대 6억 원, 정부가 최대 3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UNIST가 과제를 주관하며 울산대와 경희대, KAIST, 서울대, 한국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주)무진기연도 참여할 예정이다.
황일순 교수는 “4년 동안 극지와 해양-해저를 탐사하는 장비와 바다 위에 떠서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로의 개념을 설계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지금까지 없었던 혁신적인 피동안전성(Passive Safety)과 경제성을 갖는 실용적인 초소형 원자력 발전 동력을 추구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또 연구진은 핵안보성과 핵비확산성, 환경성, 수송성, 용량 확장 능력은 물론 전체 수명 기간인 40년 동안 핵연료를 교체하지 않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런 내용을 실증 시험으로 입증해 4년 후에는 개념설계를 확정하는 게 목표다.
해양-해저 탐사의 동력원이나 부유식 원자로에는 국제적으로 정해놓은 피동안전성 요건이 있다. 피동안전성은 원자로에 사고가 생겨도 자연력으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을 뜻하는데, 원자력 관련 분야에서는 핵심적인 요소다. 연구진은 국제 규제요건을 충족하는 피동안전성을 토대로 기계와 재료, 열수력 및 안전계통, 핵연료, 핵설계, 방사성폐기물, 핵안보, 조선해양 등 핵심분야를 융복합해 경제성을 극대화한 초소형 원자로 개념설계를 도출할 계획이다.
저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경수로는 안전성과 경제성 부분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가진다. 핵연료를 교체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방대한 비상대피구역을 마련해야 하고, 핵안보와 핵비확산 그리고 사용후핵연료 관리도 해결할 문제로 남아있다. 이번 과제에서는 전체 수명 동안 핵연료를 교체하지 않은 초소형 고속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안전성을 입증하려 한다. 이는 경수로가 가진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초소형 모듈 원전(Micro Modular Reactor, MMR) 시대’를 여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황일순 교수는 “미래 원자로는 기존에 있던 안전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동시에 경제성도 혁신적으로 개선된 형태가 돼야 한다”며 “초소형 모듈 원자로는 그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이 기술을 액체납 냉각 고속로 기술과 접목하면 40년 동안 핵연료 교체 없이 가동되는 해양-해저 탐사선이나 부유식 발전선용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교수는 이어 “전수명 초소형 원자로는 안전성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과제를 수행하면서 국내외 연구계와 산업계가 다양한 형대로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 특허 확보와 기술사업화 등 산학협력을 촉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울산광역시에서는 원자력 분야 전문인력 양성과 확보를 위해 이번 과제에 매년 시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울산광역시와 울주군에는 새울원자력본부가 설치돼 상용 APR1400 원자로가 운영되고 있으며, 조선해양산업을 지역 주력산업으로 삼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해양-해저 탐사와 부유식 원자로 분야에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심민령 울산시 에너지산업과 과장은 “울산 지역의 근간 산업으로서 현재 위기에 처한 조선기자재 산업을 원자력 기술과 융복합해 신산업으로 육성할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울산이 선박 엔진용 초소형 원자로 기술을 개발해 미래 신시장을 선도하길 염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