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전력, 고성능 롤러블 디스플레이 상용화를 위한 핵심 기술이 개발됐다.
펑 딩(Feng Ding) 신소재공학부 특훈교수(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그룹리더)팀은 기존 수㎟ 크기로 제조하는 것이 한계였던 단결정 화이트 그래핀(h-BN, 육방정계 질화붕소)을 최대 100㎠ 대면적으로 제조하는데 성공했다. 2차원 소재의 산업계 적용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번 연구 성과는 23일(목)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롤러블 디스플레이 상용화를 위해서는 딱딱한 실리콘 대신 얇고 신축성 있는 2차원 재료가 필요하다. 더불어 기기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2차원 재료가 단결정으로 구성돼야 한다.
문제는 현재까지 상용화 가능한 크기의 2차원 단결정 소재를 제작한 사례가 그래핀 뿐이라는 점이다. 도체인 그래핀 만으로는 전원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반도체를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그래핀을 제외한 2차원 단결정 소재는 상용화에 턱 없이 부족한 크기로 제작되는 것이 한계였다.
이에 펑딩 교수팀은 중국, 스위스 연구진과 함께 2차원 단결정 소재를 대면적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연구에 나섰다. 연구진은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합성하고자 한 소재보다 표면 대칭성이 낮은 기판을 사용하면 다양한 2차원 단결정 소재를 대면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합성공식을 찾아냈다.
대칭성이란 360° 회전시켰을 때 같은 모양이 나오는 횟수를 일컫는 말로, 육각형 구조인 그래핀은 60° 회전할 때 마다 같은 모양이 나오는 6축 대칭, 삼각형 구조인 육방정계 질화붕소는 120°마다 같은 모양이 나오는 3축 대칭 물질이다.
연구진은 이론적 분석을 바탕으로 육방정계 질화붕소(3축 대칭)보다 더 낮은 표면 대칭성을 지닌 구리(110, 2축 대칭)을 이용해 기판을 제작했다. 연구진은 구리 기판 위에 질소와 붕소를 적층 성장시켰고, 기판과 동일한 면적의 대면적 단결정 화이트 그래핀을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실제 원자간력현미경(AFM), 주사터널링현미경(STM) 등 분석 장비를 활용해 살펴본 결과, 제조된 화이트 그래핀은 원자 배열이 규칙적이고 배향이 일정한 특성을 지니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렇게 제작된 화이트 그래핀은 열에 강하고, 방사능도 막을 수 있어 전자기기는 물론 비행기, 우주선과 같은 가볍고 열화학적 안정성이 필요한 분야에 두루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불어 이번 연구 결과는 화이트 그래핀 뿐 아니라 다른 2차원 단결정 소재의 대면적화에도 활용될 수 있는 일반적인 공식의 고안이라는 점에서 그 영향력이 크다.
펑딩 교수는 “2차원 소재는 그 자체로도 우수하지만, 여러 소재를 층층이 쌓아 함께 사용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낸다”며 “이번 연구 성과는 실리콘 이후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문을 연 것으로, 지금껏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물성을 가진 전자기기를 구현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