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소의 안전 운영을 위하여 원자로 설계와 안전 예측진단에 사용될 정교하고 효과적인 기술 개발이 시작된다. 원자로 내부의 중성자 거동과 핵분열 반응, 그에 따른 열의 이동과 시간에 따른 핵연료의 상태 등을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해내는 게 목표다.
이덕중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팀은 ‘원전실설계 적용 가능한 세계 선도형 전노심 수송해석 수치원자로 개발’이라는 주제로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 리더연구 분야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6년간 총 23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으며, 세계 최초의 기술 개발에 도전하게 된다.
이덕중 교수팀은 원자로 중에서도 인체로 치면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노심’을 다룬다. 노심은 핵연료를 담고 있는데, 여기서 원자력 발전의 핵심인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 열이 발생한다. 중성자의 반응 속도를 제어하고, 출력을 조절하며, 핵분열 반응으로 발생한 열을 냉각재로 전달하는 일이 모두 노심에서 일어난다.
이렇게 중요한 노심이지만 연구하기는 까다롭다. 핵분열 반응 시 위험한 방사성 물질이 나와 실제로 실험하기가 어렵고, 가동 중인 원자로의 내부를 들여다보기는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자로물리 연구자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하여 노심 상황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해왔다.
이덕중 교수 연구실 출신인 최수영 박사는 “지금까지는 집합체 수송해석과 노심 확산해석이라는 2단계 해석 체계를 통해 원자로 안전인자를 생산해 왔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라며 “최근 컴퓨터 성능의 급속한 발달로 인해 기존의 2단계 방식보다 훨씬 정교한 통합형 다물리 다중스케일 설계방식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이 방식은 기존 방식의 많은 가정을 제거하고 원자로 내 물리 현상을 있는 그대로 모사하므로, 보다 계산 정확도를 높여줄 수 있다. 다만 문제는 계산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덕중 교수팀은 리더과제를 통하여 원자로 설계에 필요한 수많은 안전인자를 높은 정확도로 계산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안전 인자에 대한 불확실도까지 제공하는 전산체계를 개발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상용로의 한 주기 노심 계산에는 최소 1,000회의 전노심 계산이 요구되는데, 기존 방식으로는 1개의 코어로 약 1일 정도가 소요되는 반면 통합형 다물리 다중스케일 설계방식을 사용할 경우 1,000개의 코어를 사용하여 약 40일 정도가 소요된다. 이런 속도라면 원자로 설계가 바뀌거나 이상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교수팀은 이러한 계산 속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보다 50배 이상 빠른 속도로 계산하는 코드를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보다 50배 빨라질 경우, 만 하루 이내에 실설계 계산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
이 교수팀은 이미 노심 상태를 계산하는 다양한 방식 중 대표적인 두 방식(확률론적 방식, 결정론적 방식)을 사용한 고성능 노심해석코드를 개발하여 원자로물리 분야를 선도하는 미국 MIT, University of Michigan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덕중 교수는 “현재 전노심 계산에 사용되는 다양한 방식 중 대표적인 세 방식(확률론적 방식, 격자해석용 MOC 방식, 노심노달방식)을 사용하는 세 가지 코드(MCS, STREAM, RAST-K)를 모두 개발한 연구팀은 전 세계에서 UNIST가 유일하다”며 “앞으로도 노물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역량을 유지하며, 원자로 설계와 운영의 안전성과 신뢰도를 대폭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