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만큼 반복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디지털 스트리밍 시대에서, 음악을디지털 파일이나 CD/LP가 아닌 종이 티켓으로 물성화하고, 그 음악의 감상 경험에 일회성을 부여하기 위해, 재생과 동시에 티켓을 파쇄하는 독특한 스피커가 개발됐다.
‘뮤레더(muRedder)’는 디자인-공학융합전문대학원 박영우 교수팀이 개발한 인터렉티브 스피커다. 스피커 위에 있는 투입구에 종이 티켓을 넣으면, 디지털 음원이 재생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음악 재생과정에서 종이 티켓이 갈려 없어진다는 것이다. 즉, 한 번 들은 음악은 다시 틀 수 없다.
뮤레더는 지난 6월 26일(수) 개최된 미국컴퓨터협회(ACM) 주최 ‘인터렉티브 시스템 디자인 2019(DIS 2019)’에서 논문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올해 학회에는 총 400여편 이상의 논문이 제출됐으며, 이중 상위 2%에 선정된 연구팀들만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수상자 중 국내 대학 및 연구소 출신은 박영우 교수팀이 유일했다.
이번 연구에는 UNIST 박영우 교수와 김경진, 장상수, 김보민 학생이 참여했으며, 영국의 러프버러((Loughborough) 디자인 스쿨 권효선 교수가 함께 참여했다.
연구진은 현대사회의 디지털화 된 음악 감상 방식 뒤에 감춰진 ‘음악을 선택하고 듣는 경험’의 중요성에 집중했다.
MP3,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등 디지털 장치의 발달은 다양한 상황에서 편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덕분에 우리는 원하는 음악을 언제 어디서나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본래 음악은 그 시간, 그 장소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일회적인 경험이었다. 콘서트나 버스킹을 통해 듣는 음악은 그 자리에서 사라져 다시 들을 수 없지만, 그래서 기억 속에 깊이 남는다. 이러한 음악 듣기의 경험은 편리함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뮤레더는 디지털화된 음악을 재생하지만, 그 속에 아날로그 감성이 담겨있다. 디지털 음원 소스는 종이로 제작된 티켓에 담겨있다. 종이 티켓이 파쇄되면서 재생되는 과정은 일회적 음악 소비의 감성을 재연한다. 티켓 형태로 제작됐기 때문에, 듣고 싶은 일회용 음악을 선정하고 수집해 티켓북을 만드는 등의 새로운 경험에서도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박영우 교수는 “뮤레더는 한번 들으면 사라지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일상 공간에서도 음악 콘텐츠에 집중하게 한다”며 “본인이 음악을 즐길 시간을 적극적으로 찾고, 음악을 선택하고 듣는 경험을 풍부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를 통해 무제한으로 반복 가능한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팽배한 현대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며 “레코드 플레이어와 같은 아날로그 기기의 장점과 함께 버스킹과 같은 일회적인 음악 경험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게 하는 디자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ACM DIS(Designing Interactive Systems)는 인터렉션 디자인 및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분야에서 디자인 융복합을 다루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회다. 올해 학회에는 UC 버클리, 에인트호번 공과대학, 코넬대학교 등 세계 최우수 융합 디자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들과 IBM 리서치,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가해 대학과 협업한 최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논문명: muRedder: Shredding Speaker for Ephemeral Musical Exper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