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엔 다양한 기업들이 있고, 그들이 처한 다양한 상황들이 존재합니다. 기업들이 어떻게 협력하고, 또 반목하는지 살피는 것은 시장을 이해하는 중요한 시각이죠. 때문에 이러한 관계를 주목하고, 연구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배준형 기술경영전문대학원/경영학부 교수가 제21회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에서 ‘매경 신진학자논문상’을 수상했다. 수상한 논문은 대기업에서 분사한 벤처기업(Spin-out)이 모기업과 유사한 기술을 보유할 때, 모기업이 적대적 태도를 취할 수 있음을 분석한 것이다.
지난 8월 19일(월)부터 21일(수)까지 강원도 정선에서 진행된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에는 경영학자와 기업인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신진학자논문상은 부교수 또는 조교수가 저자로 포함된 논문을 대상으로, 우수논문 중 3편을 선정해 시상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경영학회 학술대회에서 시상하는 만큼 경영학 분야에서 촉망받는 신진학자들이 시상의 영광을 안는다고 볼 수 있다.
올해 2월 UN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 부임한 배준형 교수의 주 연구 분야는 ‘조직 간 관계(Interorganizational relationship)’다. 그의 연구는 주로 기업 간의 협력, 파트너십 속에 내재되어있는 경쟁관계를 주목하고 있다.
배 교수는 “기업들이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기업의 기술혁신과 성장이 크게 변화할 수 있다”며 “특히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산업에서는 대기업과 중소, 벤처기업들의 관계가 더욱 흥미롭게 구성되고 있어 관심 있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문은 미국의 의료기기 산업을 바탕으로 모기업과 스핀아웃의 역학관계가 산업 내의 다른 대기업들의 벤처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논문에서는 크게 ‘모기업’과 ‘스핀아웃’ 그리고 ‘해당 산업계의 다른 대기업’이라는 세 행위자를 중심으로 가설 수립과 데이터를 통한 증명이 이뤄졌다.
대기업 출신의 창업자는 산업 전반에 대한 지식과 네트워크, 그리고 기술적 이해도가 높다는 특징을 갖는다. 덕분에 스핀아웃 기업은 다른 일반 벤처기업보다 수명이 길고 성공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의 반대편엔 이들 창업자의 모기업이 기술유출 위험, 잠재적 경쟁자에 대한 경계 등을 이유로 적대적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위험도 존재한다. 또한,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끼치는 모기업들은 스핀아웃 뿐만 아니라 스핀아웃과 협력적 관계를 가지는 산업 내 다른 기업들에게까지도 적대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
배준형 교수는 이런 관계성을 세 행위자의 조건과 관계성에 따라 유형화했다. 모기업과 스핀아웃 기업, 그리고 같은 산업 내의 다른기업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기업들의 협력적 관계형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이렇게 유형화한 모델을 실제 미국 의료기기 산업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증명하기도 했다.
그는 “대기업들 사이의 지위 혹은 기술적 유사성이 변수로 작용해 모기업의 스핀아웃에 대한 태도가 결정된다는 것을 예측하고 확인하는 작업이었다”며 “미국 의료기기 산업 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 관련 산업 분야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학부 졸업 후 IT 회사에 근무하다가 다시 학위 과정을 시작해 미국 퍼듀대에서 경영전략 분야 박사 학위를 받은 배준형 교수는 실제 산업계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업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해왔다. 박사 학위 취득 후 우수한 연구 환경이 보장되는 곳을 찾던 그에게 UNIST는 최적의 선택지였다.
그는 최근 과학기술원들이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산업화하는 과정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대학발 벤처창업과 기술혁신, 그리고 이들 기업의 투자 유치 등에 있어서 다양한 역학 관계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준형 교수는 “산업도시 울산에서 진행되고 있는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움직임 등을 살펴보면서 많은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대학에서 시작하는 혁신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16년 3월 개원한 UN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은 제조업과 ICT 융합을 통한 제조업 고도화와 첨단기술 사업화에 중점을 둔 교과과정을 운영 중이다. 기술과 경영을 융합한 인재 육성을 통해 울산 지역 경제 발전 및 우리나라 신 산업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