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무언가 만들어 쓰는 ‘메이커 문화(Maker Culture)’가 꾸준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런 도구를 공급하는 산업도 계속 성장세죠. 납땜 등 전자제품을 만드는 기술이나 도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도구들을 일상 속에서 쉽고 간편하게 사용하게 된다면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올 겁니다.”
UNIST 디자인–공학융합전문대학원 박영우 교수팀이 디자인한 문구형 납땜기 ‘솔디(Soldi)’가 세계무대에서 주목을 받았다. 복잡하게만 느껴지던 납땜을 일상에 가까이 가져오면서, 책상 위 인테리어를 도울 수 있는 제품이라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경룡, 최하연 대학원생과 박 교수가 함께 제작한 솔디는 지난 9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독일 레드닷 어워드(Red Dot Award)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이어 2일(수)에는 일본 굿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해 ‘지 마크(G Mark)’를 부여받았다. 두 번의 수상과 더불어 오는 11월에는 두바이 디자인 위크에 초청받아 전시에도 나선다.
박영우 교수는 “솔디의 디자인은 어떤 가구 위에서도 스타일리쉬한 작업 공간을 만들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납땜기라는 속성에도 불구하고 가정 생활공간 어디에나 어울리는 데스크 오브제로 활용이 가능하다”며 “납땜하는 것을 마치 펜으로 종이에 글을 쓰는 것처럼 일상 속에서 부담 없이 하는 행위로 탈바꿈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솔디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됐다. 펜 형태의 ‘인두’, 연필꽂이 모양의 ‘스테이션’, 그리고 종이를 형상화한 ‘플레이트’다. 인두를 스테이션에 있는 자석 커넥터에 거치하면 열이 발생하는데, 20초 정도 지나면 작업 가능한 온도(420°C)가 된다. 한 번 달궈진 인두로는 약 5분간 납땜을 진행할 수 있다. 무선 인두를 적용한 솔디는 순간적으로 납땜을 하고, 빈번하게 거치대에 놓는 납땜 작업의 패턴을 반영해 사용자의 경험을 개선했다.
또한, 인두에 열을 전달하는 스테이션에는 충전 가능한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즉, 스테이션만 충전돼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배터리는 충전 없이 최대 6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박영우 교수는 “3D프린터의 발달 등으로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메이커 문화가 점차 발달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전문가의 도구로만 생각했던 것들을 문구처럼 일상화하는 작업은 메이커 문화를 더 큰 물결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솔디는 오는 11월 12일(화)부터 16일(토)까지 두바이 디자인 위크의 ‘글로벌 그라드 쇼(Global Grad Show)’에 전시된다. 그라드 쇼는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RCA), 매사추세츠 공대 미디어 랩(MIT Media Lab), 에인트호번 공과대학(TU Eindhoven) 등 세계 최고수준의 디자인-융합 교육기관에서 제출한 1만 5천여 개의 디자인 프로젝트 중 1%만을 선발해 초청 전시한다. 박영우 교수는 지난 2018년 운동가구 ‘스툴디(stool.D)’로 초청받은 데 이어 2년 연속 두바이 디자인 위크에 작품을 전시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