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재난에 관련된 연구는 이재민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생명을 지킬 수도 있는 연구라는 사명감으로 연구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인류의 삶에 공헌’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병민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UNIST에서 지진을 연구하고 있다. 김 교수가 부임하기 전에도 지진으로 인한 영향이나 건물의 구조변형 등의 연구가 진행됐지만, ‘지진’과 ‘지진파’라는 조금 더 근원적인 부분을 탐구하는 연구실은 김 교수의 연구실이 유일하다.
세계가 주목한 ‘포항지진 피해’ 심층 조사로 ‘표지논문’
최근 김병민 교수팀은 ‘2017년 포항지진’ 관련 논문 두 편을 저명 학술지에 게재했다. 하나는 ‘지진 스펙트라(Earthquake Spectra)’의 표지로 선정되는 영광도 누렸다.
표지를 장식한 사진은 포항지진의 피해현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연구 내용 또한 포항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심층 조사한 결과다. 김병민 교수팀은 2017년 포항지진 발생 직후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파악했다. 현장에서는 건축물 피해와 지반 융기, 침하 현상, 산사태 등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내용을 심층 정리하고 조사한 내용은 지진 피해를 예측하고, 향후 지진 예방에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한국에서는 지진이 드물어서 지진 피해를 심층적으로 조사할 기회가 별로 없다. 연구자 입장에서 포항지진은 연구할 소중한 기회가 됐다. 포항지진은 특히 ‘액상화 현상*’이 많이 발견됐기 때문에 중요성이 더 컸다.
* 액상화: 물로 가득찬 모래층이 지진과 같이 강한 충격을 받으면 입자들이 재배열되면서 수축하는데, 이때 모래가 순간적으로 액체처럼 이동하게 되는 현상
김병민 교수는 “진도 7~8 정도의 대규모 지진에 주목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지만, 포항지진은 한국처럼 지진 발생이 드문 지역에 일어나 국제적으로도 화제였다”며 “특히 지열발전으로 지진이 촉발됐다는 사실도 세계 연구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고 설명했다.
‘지형’에 의한 지진파 증폭 현상도 밝혀내
또 다른 연구는 포항지진 현장에서 ‘지진파 증폭’ 현상에 관한 것이다. 연구진은 진원과 가까이 위치한 두 마을의 피해 규모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 주목해 연구를 시작했다.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지진파는 지하에서 지표면으로 이동하는데, 이때 지형의 영향을 받아 반사되거나 증폭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연구진은 지형의 영향으로 지진파가 한쪽 마을에 집중됐을 거라 가정하고, 이동식 지진파 관측소를 설치해 계측했다. 실제 10여 회 여진 동안 발생한 지진파를 계측해 검증한 결과 경사면의 위치에 따라 지진파 증폭 정도가 달랐다.
김 교수는 “이처럼 실제 지진 피해를 조사하고 탐구한 결과들은 기존 건물의 지진 피해를 예측하거나 신축 건물의 내진 설계에 활용될 수 있다”며 “지진 연구는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할 중요한 연구”라고 덧붙였다.
지진파 등 진동과 파동으로 땅속 파악하는 연구실
실제 김병민 교수팀에서는 지진파 계측과 분석, 지반과 암반 특성에 대한 조사와 이로 인한 지진파의 변화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반과 암반 특성 연구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시추 등이 아닌 지표면에서 진동을 발생시키고 이를 측정하는 방식을 쓴다. 수치해석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지진파 전파와 증폭 현상을 예측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전문성 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김 교수팀에서 근무하던 박사후연구원 2명이 각각 서울과학기술대학교와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취직하며 독자적인 연구의 길을 열었다. 대학원생들은 한국방재학회와 대한토목학회에 우수논문상을, 그리고 미국 SSA(Seismological Society of America)에서 학술발표상을 수상하는 등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김병민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진 발생이 드물다고 여겨져 이 분야에 관심과 지원이 적었지만, 지진 연구는 우리 삶과 안전에 관련된 매우 중요한 분야”라며 “우리가 매일 디디는 땅에서 일어나는 일인 만큼 늘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