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예술이 함께하는 융합 공간 과일집. 그 안이 26개 작품으로 가득 찼다. 풍성한 작품 수만큼 그 의미와 창의적 시도도 다채롭다. 20일(금)까지 진행되는 ‘예술과 창의성’ 수업의 과제 전시회다.
125동 과일집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사이언스월든 과학-예술 레지던시와 연계된 워크숍의 결과물을 전시하고 있다. 백경미 교수가 진행하는 ‘예술과 창의성(Arts & Creativity)’ 수업을 수강하고 있는 92명의 학생들이 팀을 이뤄 총 26개의 그룹 프로젝트를 수행한 결과다.
이번 전시는 사이언스월든의 융합연구공간에서 운영된 과학예술레지던시 프로그램의 교육적 활용과 이공계 학부생들의 다양한 융합예술교육 기회 확대 차원에서 마련됐다.
13일(금)에 문을 연 이번 전시의 제목은 ‘Ecological Circulation’이다. 사이언스월든에서 추구하는 자원순환과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에 대해 알아보고, 그 안에서 진행되는 작가들의 레지던시 작업과 연계해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직접 작품 제작을 통해 표현해 본 것이다.
이번 워크숍에는 사이언스월든 과학-예술 레지던시에 참여했던 김순임 작가와 임승균 작가가 함께했다. 작가들은 학생들과 만나 본인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학생들이 이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작품 활동을 진행하는 과정을 도왔다.
학생들은 작가들과 함께한 수업시간을 통해 각자의 재료와 방법을 연습해보고, 이를 실제 작품으로 이어나가는 활동을 진행했다. 이 제작과정을 각 팀이 영상으로도 담아 작업했다. 제작 영상 또한 과일집 내부의 스크린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먹고 나면 쓰레기? 이젠 예술작품으로
김순임 작가는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이용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버려지는 인분에서 가치를 찾는 사이언스월든의 연구와 맞닿아 있는데, 즉 버려지는 음식물을 재료로 새로운 예술 작품을 창조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음식물 쓰레기의 특성과 그 자연적 변화 과정에 주목한 김 작가의 작업을 토대로 자신들만의 재료를 찾고, 이를 말리고, 끓이고, 분리하고, 펴는 등의 작업을 직접 진행했다. 자신들의 생활 속에서 먹고 마시는 것들을 다시금 돌아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가공한 작품은 작가에게도 새로운 자극이 됐다.
김순임 작가는 “학생들이 재료에 대한 편견 없이 시도하는 과정을 보면서 스스로도 많은 자극이 됐다”며 “학생들의 작업은 사람들 간의 관계, 계절, 환경 등 넓은 주제에 대해 구상하고 작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특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냄새, 기억의 열쇠를 만나다
지난 2018년 11월 첫 사이언스월든 레지던시부터 함께해온 임승균 작가의 작업은 ‘향’에 대한 탐색 과정으로 이뤄져있다. 그는 과일집에서 배출되는 ‘슬러지(하수처리, 정수과정에서 생긴 침전물)’을 활용해 향을 제작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는 배설물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새로운 가치 창출의 원천으로서의 가치를 드러내는 과정이다.
학생들은 임승균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각자가 가진 냄새에 대한 기억을 탐색하고, 이를 표현할 재료를 찾아 작품화 작업을 진행했다.
조원근(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학생은 팀원들과 함께 ‘Smemory’라는 이름의 작업을 진행했다. 팀원들은 각자가 가진 냄새에 대한 기억을 표현하기 위해 좋아하는 음식을 갖고 향을 제작했다. 라면, 고구마 등 팀원들의 기억을 담은 향은 일기장과 함께 전시됐다. 일기장 속에는 향과 관련된 팀원들의 기록이 담겨있다. 이는 냄새(Smell)와 기억(Memory)을 조합한 작품 이름처럼, 각자의 기억을 기록하고 또 회상하는 작업인 것이다.
조원근 학생은 “이번 프로젝트는 다른 수업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다양한 생각과 시도를 해볼 수 있었던 시간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금요일(12월 20일)까지 과일집에서 진행된다. 오픈 시간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로, 관람을 원하는 누구나 찾으면 자유롭게 관람이 가능하다. 이번 워크숍 및 전시는 백경미 기초과정부 교수가 기획과 진행을 맡았으며, 이현혜 조교, 김동영 연구원과 우정훈, 강세령, 민병훈 학생이 지원인력으로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