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에서 반사되는 빛이 아닌 흡수되는 빛을 이용한 감지법이 발명됐다. UNIST 자연과학부·생명과학부 프랑수아 암블라흐 특훈교수(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연구위원)은 대상의 온도 증가를 이용한 탐지기술을 이론적으로 제안하고, 이를 이용해 일상생활에서 소리, 전파 같은 파장으로 초고해상도 영상 촬영이 가능함을 보였다. 이번 발견은 군수 레이더, 자율주행차 분야 등에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손전등을 비춰 물건을 찾는 사람과 장애물을 피해 비행하는 박쥐, 다른 차들의 위치를 인식하는 자율주행차는 근본적으로 동일한 원리를 이용한다. 목표물에서 반사되어 돌아온 빛, 소리, 전자기파로 목표물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다. 이 기본 원리는 물체가 충분한 에너지를 반사했을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스텔스 비행기는 빔을 반사하는 대신 흡수해버려 물체를 감지하기 어렵다. 이 경우에 반사가 없는 대신 물체에 흡수된 에너지가 열로 변환되어 온도가 올라간다.
이번 연구는 빔이 만드는 온도 증가로 물체를 감지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모든 물체는 원자들이 가진 열을 빛 형태로 방출하는데, 이 빛을 읽는 것이다. 공항에서 고열의 승객을 찾아내는 적외선 카메라도 이 원리를 사용한다. 그러나 레이더가 전달하는 에너지가 아무리 커도 스텔스기의 온도는 아주 미미하게 증가한다는 문제가 있다.
연구진은 대상에 빔을 쏘아 발생시킨 온도변화에 따라 복사량이 크게 달라짐을 이용했다. 물체가 반사하는 빛이 빔 강도에 비례하는 것과는 달리 복사로 방출되는 빛의 세기는 온도에 따라 매우 빠르게 증가하는 초선형성을 보인다. 연구진은 이를 이용해, 아주 짧은 시간동안 나타나는 온도 상승을 포착함으로써 복사광선 감지가 가능함을 보였다.
또한 이 초선형성 때문에, 좁은 영역에 빔을 비추어 복사광선을 감지하면 반사를 이용했을 때는 달성하지 못했던 높은 해상도를 달성할 수 있다. 빔을 물체에 비출 때 중심 부분이 더 데워져, 복사가 빔 지름보다 작은 중심부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쏘아주는 빔 에너지가 클수록 이론적으로는 복사광선 방출 지점의 크기가 한없이 작아짐을 보였다. 이는 극도로 가까운 두 점을 구분할 수 있게 만들어 해상도를 높인다.
이번 연구에서 제안한 복사광선 감지는 광학현미경을 넘어 다른 빔에도 초고해상도를 가능하게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본래 초고해상도 개념은 분자가 빛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원리이기 때문에 레이저를 이용한 현미경에만 적용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열복사를 이용한 이번 연구는 에너지를 가진 빔이라면 무엇이든 적용할 수 있어, 레이더와 같은 장거리 탐지를 기존의 해상도보다 훨씬 향상시킬 수 있다.
제 1저자인 기욤 카시아니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자율주행 자동차 레이더, 스텔스 물체의 중거리·장거리 감지 등의 분야에 전혀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나노미터에서부터 비행기와 같은 큰 물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의 물체와 다양한 상황에서 선명도의 크기를 이론적으로 예측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1.878)’誌에 12월 17일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