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균이나 소독에 흔하게 쓰는 ‘염소(Cl2)’를 더 싸게 만드는 방법이 나왔다. 연간 7,500만 톤이나 생산되는 세계 10대 주요 화학물질인 염소 관련 산업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주상훈 ‧ 곽상규 교수팀은 염소 생산에 주로 쓰는 전기화학적 방법에 쓸 새로운 촉매(Pt₁/CNT)를 개발했다. 백금(Pt) 원자 하나가 탄소 나노튜브(CNT)에 고르게 분산된 구조를 가진 촉매다. 이 촉매는 기존의 상용 촉매(DSA)보다 귀금속 함량이 150배 적으면서도, 염소 발생 효율은 높고, 반응 조건은 덜 까다롭다.
현재 쓰이는 염소 발생용 전기화학촉매는 루테늄(Ru)과 이리듐(Ir) 같은 귀금속을 다량 포함한 산화물이라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이와 더불어 염소 이온 농도가 낮은 조건이나 중성 pH 환경에서는 염소만 생산하는 게 아니라 산소까지 발생시켜 염소 생산효율이 낮다. 연구진은 그 원인이 ‘금속산화물 기반 촉매’의 본질적 특성에 있다는 데 착안해 금속산화물이 아닌 다른 형태의 촉매를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된 촉매(Pt₁/CNT)는 ‘탄소 나노튜브(CNT)’ 위에 ‘질소(N) 원자 4개로 둘러싸인 백금(Pt) 원자’가 분산된 형태의 ‘단원자 분산 촉매’다. 이 촉매는 금속 원자(Pt)가 표면에 완전히 드러나기 때문에 그 함량이 적어도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으며, 다양한 전해질 조건에서 상용 촉매(DSA)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또 바닷물처럼 염소 이온을 많이 포함하거나 반대로 염소 이온 농도가 낮아도 높은 효율을 보였다. 향후 다양한 환경의 전기화학적 수처리 장비에 응용될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제1저자인 임태정 화학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새로운 촉매의 활성점에는 선택적으로 염소 이온만 흡착되고, 다른 부가적 반응이 억제되는 걸 확인했다”며 “기존 금속 산화물 촉매가 지니는 근본적 단점을 극복할 촉매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상규 교수와 정관영 박사는 새로운 촉매의 실험에서 얻은 데이터를 이론 계산에 적용해 활성점의 구조와 전기화학적 반응 원리를 규명했다. 여기에 따르면, 촉매 성능이 좋아진 이유는 ‘활성점과 탄소 나노튜브 지지체 간에 구조적 일체성이 증가해 전자의 전달이 원활’해졌기 때문이었다. 곽 교수는 “분자 모델링과 계산을 통해 촉매 활성점의 중심 구조를 밝혔다”며 “이 계산 원리는 향후 다양한 단원자 촉매의 반응성과 반응 원리를 해석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상훈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단원자 촉매는 50년 전 상용화된 귀금속 산화물계 촉매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촉매 설계 개념”이라며 “특히 이번 촉매는 전해질 조성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 중 · 소규모 수처리 장치와 선박평형수 처리 등에서 다양하게 응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연구성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 판에 1월 21일(화) 게재됐다. 연구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이 추진하는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 및 수소에너지혁신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논문명: Atomically Dispersed Pt–N4 Sites as Efficient and Selective Electrocatalysts for the Chlorine Evolution Rea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