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2배 이상 향상시킬 ‘리튬금속전지’ 연구가 본격화된다. 신진연구자들과 중견연구자들의 융합연구로 배터리 산업의 성장 기회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UNIST와 부경대학교, 조선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위한 연구를 시작한다. 연구팀은 지난 6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신규과제로 선정됐으며, 8월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정경민, 최남순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와 오필건 부경대학교 인쇄정보공학과 교수, 손윤국 조선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로 구성된 연구팀은 향후 2년간 10억 원을 지원받아 리튬금속전지 시스템을 위한 전극 설계와 소재 기술 개발에 나선다.
리튬금속전지는 리튬 금속을 음극으로 사용하는 전지로,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아 전기차용 차세대 고용량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공동연구팀은 양산 가능한 리튬금속전지를 개발, 무게는 가벼우면서도 에너지 용량은 더 큰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책임자인 정경민 교수는 “현재 국내 배터리 생산기반과 제조기술을 가능한 그대로 이용하면서 고용량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배터리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데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는 연구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리튬금속전지 상용화를 위한 새로운 재료 개발에서부터, 촉매물질, 전해액, 전극기술과 전지 시스템까지 배터리 개발 전 과정에 걸친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연구팀에는 각 분야를 담당할 전문가들이 함께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UNIST에서의 연구경험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필건 부경대 교수와 손윤국 조선대 교수는 모두 UNIST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들은 산업체 경험을 거쳐 각 대학 교원으로 임용됐으며, 차세대 배터리 소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 공동연구팀은 UNIST 소속 교원들과 UNIST 출신 교원들이 한 팀을 이룬 셈이다.
정경민 교수는 “이번 공동연구는 이차전지 연구에 최적화된 UNIST의 연구 환경과 인재육성 시스템이 있었기에 시작될 수 있었다”며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실용적 융합연구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미래를 바꿀 차세대 전지 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UNIST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혁신 인재성장 지원 사업’ 중 하나인 배터리 전문 인력양성사업 수행 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UNIST는 향후 5년간 ‘배터리 핵심 소재’ 전문 인력을 양성하게 된다.
한편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삼성전자가 기초과학 발전과 산업기술 혁신을 위해 기금을 출연해 시행하는 과학기술연구 지원 사업이다. 올해 상반기 연구과제로는 총 28건이 선정됐는데, UNIST에서는 정경민 교수를 포함 총 3건의 과제가 선정됐다. 부경대학교와 조선대학교는 이번 공동연구팀의 과제가 첫 선정 사례다.
아래는 연구책임자 정경민 교수와의 일문일답.
Q1. 어떻게 공동연구를 수행하시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작년 이맘 때, UNIST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교수로 임용되신 손윤국, 오필건 교수로부터 공동 연구를 제안 받았습니다. 처음엔 고사했지만, 신진연구자로서 활발하게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는 두 사람의 열정에 설득돼 기존 배터리의 한계를 넘어설 연구를 추진하기로 결정하게 됐습니다.
이후 재료와 촉매를 연구하고 있는 두 신진연구자에 더해 전해액 연구를 수행하는 최남순 교수님, 그리고 전극과 배터리를 담당할 저를 포함한 공동 연구팀이 꾸려졌습니다. 재료부터 시작해 양산을 위한 시스템까지 전방위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죠. 감사하게도 지난 6월 과제에 선정되며 연구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고, 현재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한 상황입니다.
Q2. 앞으로 수행해나갈 연구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리튬금속전지는 리튬금속을 음극으로 사용하는 전지로, 이론상 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10배 정도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리튬 금속의 높은 반응성으로 인해 폭발위험이 높다는 점입니다. 이에 아직까지 상용화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전지는 리튬 이온을 이용해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입니다. 리튬이온전지는 리튬 금속의 석출을 철저히 방지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만, 우리 연구팀은 이러한 기존 리튬이온 전지의 개념을 뒤집는 새로운 연구로 나아갈 계획입니다.
이번 과제에서는 리튬금속전지의 음극전극 설계 기술과, 전극 소재기술을 개발해 리튬금속전지의 에너지 밀도를 대폭 높일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시뮬레이션을 통해 900~1,000Wh/L급의 리튬금속전지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결과를 확보했습니다.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5분 충전으로 60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의 상용화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3. 이러한 기술이 배터리 산업에 빠르게 적용될 수 있을까요?
흥미롭게도 저를 포함해 이번 과제에 참여한 모든 교수님들이 모두 산업체 근무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각각 배터리 업계 혹은 자동차 업계에서 근무했는데요. 조금씩은 배경이 다르지만 구성원 모두가 산업에서 어떤 기술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기술이 산업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해 이해가 높다는 큰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연구팀의 목표는 실질적인 산업 혁신의 성과를 내는데 집중돼 있습니다. 물론 우수한 연구 성과와 논문 배출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실제 산업에 기여하겠다는 구체적인 목적이 있습니다.
저희가 개발하고자 하는 기술은 새로운 생산 공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 현재 리튬이온전지 생산설비를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더 높은 용량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는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이 빠르게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4. 이번 공동연구 추진의 의미를 좀 더 말씀해주신다면.
UNIST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운 배터리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재료 연구부터 시작해 배터리 각 분야의 전문 연구자들이 활발하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첨단 분석 장비와 우수한 분석기술을 갖춘 인력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초기 연구부터 양산단계까지 전 과정을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은 배터리 연구자들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입니다.
이러한 여건에 더해 UNIST에는 배터리 연구 과정 전체를 염두에 둔 융합연구 전통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다양한 시도와 융합이 이뤄질 수 있는 토양 위에서 훌륭한 연구 성과와 우수한 인재들이 성장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협력은 UNIST의 배터리 연구와 교육이 창출한 우수한 협력 사례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UNIST가 신진연구자들이 성장하는 배경이 되는 것에 더해, 새로운 분야로 진출한 이들과의 융합연구로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연구가 좋은 성과로 이어져 앞으로도 의미 있는 협력이 더 늘어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