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가 본격화된 지금 우리는 외부를 경계하고, 내 몸의 건강을 살피면서 내면에 좀 더 가까워지게 됐습니다. 2주간의 격리기간은 제 내면을 더 돌아보는 수행의 시간으로 삼았습니다.”
30일(월) 오후 1시 과일집에서 올해의 마지막 사이언스월든 과학-예술 레지던시의 오픈 스튜디오 행사가 진행된다. 네 번째 레지던시의 주인공 최정은 작가는 붉은 빛이 감도는 과일집에서 지난 2주간의 작업을 소개한다.
과일집 벽의 한 면을 장식한 장식장에는 최정은 작가가 직접 제작한 조형물들이 배치돼있다. 이들 조형물은 최 작가가 UNIST 캠퍼스를 산책하며 주운 자연물과 폴리머 클레이를 활용해 제작한 것들이다.
최정은 작가는 “절에 가보면 부처님이 계신 곳 주변에 사람들의 소원이 적힌 ‘인등(引燈)’이 켜있는데, 이는 욕망을 비우는 불교의 가르침과 더 나은 삶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교차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며 “이곳 과일집에 만든 ‘인등’에는 평소 몸을 종교로 생각해왔던 작가 스스로의 수행 과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최 작가는 기존 작업에서도 ‘몸’과 ‘색’에 대한 관심을 표현해왔다. 특히 신체의 움직임과 인식을 주제로 한 작업들, 인간의 감정과 사회적 의미가 담겨있는 색에 대한 고민과 표현을 주제로 삼아왔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흔들의자 올바르게 타는 방법”이 있다. 이 작품은 흔들의자를 타는 관람객의 발목을 카메라로 촬영해 관객이 이를 인식하게 하는데, 이때 관객은 자연스레 몸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발목의 움직임을 의식해 오히려 스스로를 불편하게 만든다. 최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체의 움직임과 인식의 간극에 대해 과감한 질문을 던진다.
최 작가는 “신이 내 인식 너머에 존재하며 내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처럼, 나의 몸 또한 내가 볼 수 없는 어떤 작용들을 통해 나를 살아가게 한다는 점에서 몸은 일종의 종교와 같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레지던시는 격리된 공간 자체를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 신비한 색인 붉은색으로 물들이고, 내면에 대해 질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2020 사이언스월든 과학-예술 레지던시는 ‘2주간의 자가격리’를 주제로 4명의 작가가 릴레이 형태로 입주해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9월 백다래 작가의 입주를 시작으로, 조나라 작가, 최윤세 작가가 거쳐갔으며 최정은 작가가 마지막을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