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과일집’은 제게 ‘순환의 집’으로 다가옵니다. 순환에 대해 고민하고 소통할 수 있는 순환의 공간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1년 사이언스월든 과학예술융합 레지던시의 두 번째 입주 작가는 시각예술작가 조성원이다. 2월 초 과일집에 입주해 2주를 보낸 조성원 작가를 만나 과일집에서의 시간을 물었다.
조성원 작가는 ‘박스(Box)’를 주제로 다양한 시각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어린 시절 농사일로 바쁜 부모님 대신 곁을 지켜주었던 종이박스가 작업의 모티프가 된 것이다.
조 작가는 “박스는 쌓아올리고 접어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재료이면서, 어린 시절 작은 몸을 집어넣을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이었다”며 “친구 같았던 박스는 이제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됐고, 작업과 소통에 있어 중요한 오브젝트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박스는 조성원 작가의 중요한 주제지만, 작업 장소에 따라 때로는 변화하고 적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울산 장생포 레지던시에서 진행한 ‘춤추는 고래’ 작업은 현장의 장소성에 맞춰 변형을 시도한 것이다.
조성원 작가는 “서로 다른 곳의 장소성은 새로운 작업을 촉진하고 이런 변화, 적응, 시도들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과일집이라는 독특한 공간의 장소성은 편안하면서도 신비로운 자극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는 “1월의 입주 작가와의 대화에서 과일집의 키워드로 ‘순환’을 이야기했고, 한 달의 레지던시 기간 동안 순환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접근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앞선 작가의 고민을 이어받는 일종의 전승이자, 하나의 주제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다가가 보자는 생각으로 순환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사이언스월든의 아티스트 캔버스를 통해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조성원 작가는 순환에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공유하고 있다. 50개에 가까운 메모들이 그 결과물이다. 순환은 무엇인지, 하나의 순환은 다른 순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순환은 과연 좋기만 한 것인지 등 다양한 고민이 메모에 담겼다.
메모에 담긴 생각들은 종이로, 또 철판으로 그 자리를 옮겨 표현되고 있다. 순환을 표현하는 재료도 물에서 물감으로, 흙에서 금속으로 또 플라스틱으로 변화한다. 조성원 작가의 이런 작업들은 아티스트 캔버스를 통해 매일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마주하고 있다.
조성원 작가는 “아티스트 캔버스를 통해 관객들의 위로와 응원을 받기도 하고, 또 스스로를 긴장시켜 작업의 원동력을 얻기도 한다”며 “순환의 공간을 기록하고,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조성원 작가는 오는 3월 9일(화) 오픈 스튜디오를 통해 한 달간의 고민과 작업을 나누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오픈 스튜디오 진행 전에도 아티스트 캔버스를 통해 언제든 조성원 작가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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