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라고 생각했던 것 그 너머를 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게 실험 물리학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볼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연구자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제 유튜브 채널(Koorunch)도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구연정 학생은 3월 UNIST 물리학과 대학원에 입학한 새내기 대학원생이다. 박경덕 교수의 나노광학실험 연구실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1학년이라고 하면 이제 막 연구에 걸음마를 뗐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학부생 때부터 인턴으로 연구에 매진했던 구연정 학생은 최근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1저자로 논문을 게재해 눈길을 끈다.
구연정 학생은 “저널에 수정사항을 회신하고 밤늦게 집에 갈 준비를 하다가 논문이 승인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교수님께 축하한다는 말을 듣고 연구실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기쁨의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지도교수님이 논문의 완성도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아 논문 내용을 수십 차례 검토 받은 후에야 논문을 투고할 수 있었다”며 “결승전을 통과하기 전 마라톤 선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연정 학생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기존에 없던 ‘능동형 나노현미경’을 개발해 2차원 반도체에 존재하는 나노결함을 새로운 광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안한 것이다. 단일층 2차원 반도체는 밝은 빛을 내는 차세대 소재로 다양한 활용이 기대되지만, 기포나 주름 등 나노미터 단위의 결함이 불가피하게 생긴다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독자적인 방식의 나노현미경을 통해 나노주름의 발광을 증강시키고 빛의 밝기와 색깔을 나노 단위에서 자유자재로 컨트롤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여기에 더해 기존에 결함으로만 생각되었던 2차원 반도체 주름을 나노광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구연정 학생이 개발한 나노현미경 관련 원천기술은 논문 출판 이전에 특허로도 출원됐다.
구연정 학생은 “주름의 높이가 10nm(머리카락 두께의 약 만분의 일)에 불과할 정도로 작아서, 시료를 분석하고 실험하는 과정은 눈감고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았다”며 “학부생으로서 연구경험이 부족해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연구실 동료들이 한마음으로 문제해결 과정에 도움을 주었고,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새벽까지 끈기 있게 실험에 매진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은 추후 출판될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의 겉표지(Front Cover)를 장식하게 됐는데, 이 표지 일러스트 또한 구연정 학생이 직접 제작한 것이다. 구연정 학생은 2트랙으로 선택한 산업디자인 수업에서 익힌 디자인 툴을 활용해 논문의 핵심을 전달하는 이미지를 제작했다.
구연정 학생은 학부생 때 들었던 물리학 실험 수업에서 레이저 실험에 큰 매력을 느낀 것이 대학원 진학을 결심한 이유라고 말한다. 원하는 경로로 빛을 이동시키고,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면서 재미와 흥미를 느꼈고, 이를 연구할 수 있는 광학실험 연구실에 성큼 발을 디뎠다.
신생 연구실에 첫 번째 인턴으로 함께하며 초기 연구실 구축, 실험장비 운영 등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다했던 구연정 학생은 학부 졸업 후 대학원 진학과정에서 주저 없이 UNIST를 선택했다. KAIST 등 타 대학원에도 합격했지만 UNIST 연구실에서의 좋은 사람들, 좋은 연구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구연정 학생은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연구를 통해 세계 속에서 경쟁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간절해 UNIST를 떠나지 않았다”며 “인턴시절부터 스스로 연구실에서 자리를 만들어왔고, 자발적으로 실험을 진행하여 논문도 썼다. 여기서 해야 할 연구와 일들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고 진학의 이유를 설명했다.
구연정 학생은 앞으로도 빛과 물질의 다양한 상호작용의 비밀을 밝히는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물질과 빛이 만날 때 나노스케일에서 일어나는 현상들, 양자물질을 제어하면서 변화하는 다양한 특징 등 아직 봐야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까이에서만 볼 수 있는 빛과 물질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연구를 하고 싶어요.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해서 연구실 일상을 소개하는 데도 틈틈이 시간을 쓰고 있어요. 가까이에서만 볼 수 있고, 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연구원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요. 물리학도를 꿈꾸는 학생들과 댓글로 소통하기도 하는데, 일상에 큰 힘이 되고 있어요. 물리학의 재미를 함께 알아보고 싶으시다면, 구독! 좋아요!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