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사이언스월든 과학예술융합 레지던시 5월의 작가는 두 명이다. 주로 한 명의 작가가 과일집에 입주해 작업을 하던 최근의 레지던시와는 다른 풍경이다. 그래서 그럴까, 작업실의 모습도 새롭게 느껴졌다. 도자기를 주제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두 작가를 1일(화) 만났다.
“예나 작가님이 먼저 제안을 하셨어요. 과일집에서 진행하는 레지던시에 같이 참여해보면 어떻겠냐고, 함께 작업을 진행했던 터라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김철민, 이예나 작가는 지난 5월 11일(화) 과일집에 입주했다. 두 작가는 도자기를 주제로 한 도예 작업을 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두 작가의 작업은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그릇을 빚는 장인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김철민 작가는 도자기 파편을 이용한 작업을 주로 진행해왔다. 그는 “도자기 그릇은 인간에게 유용한 존재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도자기가 어떻게 버려지는지 궁금증이 생겼어요. 알아보니 잘게 부숴서 산업폐기물로 처리한다더라고요. 이게 모순으로 느껴졌어요. 유익한 존재이면서 동시에 파괴와 오염의 주범이기도 한 게. 그래서 생각한 것이 버려지는 도자기로 아름다움을 만들자는 거였죠.”라고 작업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의 작업은 정크 아트(Junk Art) 혹은 트래시 아트(Trash Art)로도 분류된다. 폐기물을 활용해 새로운 미적 작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사이언스월든에서 이야기하는 재생, 순환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김철민 작가는 “UNIST에 와서 지내면서 사실 제겐 이 캠퍼스가 공원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공원에 걸맞은 벤치를 제작해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재료는 캠퍼스에서 구하고 있어요. 소외되고 버림받은 물건 같은 것들로요.”라고 말했다.
이예나 작가의 작업 또한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관심과 닿아 있다. 버려진 것을 포함한 여러 재료를 배합한 베이스로 도자기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예나 작가는 “이전부터 여러 가지 소재를 결합해 굽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해왔어요. 과일집에서는 생활 속에서 버려지는 휴지, 커피찌꺼기를 배합한 재료로 화분을 만들어보고 있어요.”라고 작업을 소개했다.
이 작가는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절한 비율로 배합된 재료를 고온에 구워내야 하죠.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도자기는 통기성과 투과성을 가진 특별한 존재가 되요. 저는 이런 도자기 굽는 과정이 우리의 삶과도 닮아 있다고 느껴요. 나이를 먹으며 딱딱하게 굳어지는 모습이나,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된 유연함 같은 부분들이 특히 그런 것 같아요.”라며 도자기 작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다양한 도자기 작업 중 화분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서는 친환경, 생태 공간인 과일집에서 생명과 환경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예나 작가는 “화분은 자연을 담아내는데, 대부분 화분은 플라스틱이잖아요. 도자기로 만든 화분은 식물들이 더 자유롭게 숨쉴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덧붙였다.
두 작가의 작업은 오는 10일(목)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작가들의 작업은 아티스트 캔버스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사이언스월든 과학예술 레지던시는 UNIST 교내 과일집에서 한 달간 생활하며 작업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프로그램에는 셀레스틴 김, 조성원 작가 등이 참여해 레지던시를 진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