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사이언스월든 과학-예술융합 레지던시. 올해 마지막을 장식하는 6월 레지던시 참여 작가는 드로잉 아티스트 ‘요요진’이다.
요요진 작가는 드로잉을 기반으로 다양한 영역으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발전시켜온 캐릭터 드로잉이 그 중심에 있다. 이 귀여운 캐릭터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요요진 작가와 곳곳을 여행하며 성장해왔다.
그는 2010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Korea National Commission for UNESCO, KNCU)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 잠비아에 도착한다. 슬럼 지역에서 생활하며 지역 예술가들과 교류하고, 공동 작업을 꾸려가기 위해서였다. 요요진 작가는 슬럼에서 3년간 생활하며 영화를 만들고, 글을 쓰는 등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함께한다. 이 과정에서 HIV/AIDS와 싸우는 슈퍼히어로 캐릭터도 등장했다.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사회에 도움이 될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한 것도 이때였다.
잠비아 생활은 요요진 작가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의미 있는 활동을 했다는 자부심도, 한국에 돌아왔을 때의 뼈아픈 상실감도 함께였다. 냉담했던 한국에서의 현실은 아팠고, 다시 돌아간 잠비아에서 그는 다시 그림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9년이 지난 뒤에 그는 한국에 돌아왔다.
“제 작가로서의 삶은 실수투성이죠. 하지만 이 실수들로 인해 거리에서 또 전시에서 즐거운 에너지를 나눌 수 있게 됐어요. 실수의 두려움을 밀어내고 계속 그려나가기만 한다면 그 실수들이 모여 감동과 기쁨을 주는 작품이 될 수 있어요”
2019년 한국에 돌아와 준비한 요요진 작가의 개인전 제목은 ‘RENAMED’였다. 서울로 이사오며 짐을 담았던 박스에 드로잉 한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했다. 이미 사용되고 가치가 없어진 박스가 드로잉으로 인해 새로운 가치를 얻고 예술로 인정받아 돈을 받고 팔려나갔다.
요요진 작가는 “과거 작가로서의 역할을 잃고 방황했던 내가 다시 태어나 작게나마 빛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사회에서 역할을 잃고 방황하는 구성원들이 새로운 가치를 얻고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그의 작업은 가치를 만들고, 이를 판매해 더 나은 재료와 도구를 사고, 또 더 나은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순환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작업은 점차 확장되고, 더 많은 사람과의 소통으로 이어진다. 최근 그가 드로잉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아트로 작업을 확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라즈베리파이, 아두이노 등을 활용해 드로잉 과정에서 나오는 소리를 증폭, 출력하거나 몸이 움직이는 데이터를 소리로 만드는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드로잉이 소리로 출력되는 과정이나, 소리가 데이터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그 기계적-전자적 연결고리와 전달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내기도 하죠. 제 표현들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지 연구하는 과정이기도 해요”
요요진 작가는 오는 7월 초까지 과일집에 머물며 드로잉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양한 순환을 이야기하는 과일집은 그에게 자유로운 공간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는 “평소 진행해온 작업들은 깔끔하게 다듬어지고 정제된 형태로 유지돼 표현에 제한이 생긴다고 느끼기도 했다”며 “이곳 과일집에서는 평소와 다른 자유로운 작업을 통해 경계를 넘어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요요진 작가의 작업은 아티스트 캔버스를 통해 생중계 된다. 기존 작업은 유튜브 채널이나 인스타그램 등 작가의 SNS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오는 7월 초 예정된 오픈 스튜디오도 아티스트 캔버스를 통해 중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