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지어진 적이 없고, 논문이나 보고서 상에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원자로를 ‘페이퍼 리액터(Paper Reactor)’라고 부릅니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과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활용성을 가진 차세대 원자로가 현실에 실현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Argonne National Laboratory, ANL)에서 차세대 원자로의 안전성 분석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정영신 박사의 이야기다. UNIST 원자력공학과에서 학위를 받은 정영신 박사(지도교수 방인철)는 지난 6월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아르곤 국립 연구소는 미국에서 가장 처음 지어진 국립연구소다. 미국 에너지성 산하기관으로, 기초 과학, 에너지저장 및 재생에너지, 환경 지속성, 슈퍼컴퓨팅, 국가 보안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곳은 특히 전쟁과 파괴의 상징이던 원자력을 발전소로 재탄생시켜 평화적 원자력 사용의 시초를 닦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정영신 박사는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의 국립연구소 근무를 희망해왔는데, 마침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에 모집공고가 나와 망설임 없이 도전했다”며 “원자력공학도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진 아르곤 국립 연구소에서 희망하던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아르곤 연구소에서 차세대 원자로 설계 개선과 인허가에 활용되는 안전해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차세대 원자로는 기존 원자로보다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경제적인 에너지 생산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는 신개념 원자로다. 소형 모듈형 원자로와 액체금속, 용융염, 고온가스 등 다양한 냉각재를 활용하는 원자로가 이에 해당한다.
정영신 박사는 지난 2010년, 학부 2기로 UNIST에 입학했다. 학부 때는 원자력공학과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이후 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원자력발전소 관련 연구에 열중했다. 원전의 안전 기술 개발을 위한 다양한 실전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호주 원자력과학기술청(ANSTO) 인턴십, 밀라노공대(Politecnico di Milano)와의 공동연구 수행 등 다양한 해외경험을 쌓았다.
그는 “학부나 대학원 생활, 박사후연구원 지원 등 많은 분야에서 선배가 없어 막막하기도 했지만, 누구도 걸어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사명감을 갖고 직접 부딪치는 과정 자체를 즐기자고 생각했다”며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도와주신 지도교수님과 학과 교수님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2월 박사학위를 받은 정영신 박사는 MIT로 건너가 박사후연구원으로 경력을 쌓았다. 박사과정 중 용융염원자로의 설계에 활용될 수 있는 해석모델 연구에 집중했던 정 박사는, MIT에서 기존 연구를 확장해 각종 차세대 원자로에 활용될 수 있는 모델링, 시뮬레이션 연구를 수행했다. 이제 아르곤 국립 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정 박사는 기존 연구를 기반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정영신 박사는 “미국 국립 연구소는 산업체, 학계와 활발히 교류하며 최첨단 연구에 앞장서고 있고, 특히 아르곤 연구소는 차세대 원자로 관련 연구와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곳”이라며 “앞으로도 꾸준한 노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는 연구자로 성장해나가겠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