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목) 이준호 덕산그룹 회장이 UNIST에 발전기금 300억 원 기부를 약속했다. 울산 지역의 혁신을 위한 인재육성과 창업 활성화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거액의 기부금은 UNIST에서 시작되는 울산 지역 창업생태계 조성에 쓰일 예정이다. 거액의 기부금을 전달하는데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앞으로 UNIST의 미래에 대한 기대는 어떤 것인지, 이준호 덕산그룹 회장에게 직접 들어봤다.
[이준호 회장과의 일문일답]
[1] (배경&계기) 이 같은 거액 기부를 결심하시게 된 배경과 계기는?
오늘의 덕산을 있게 한 ‘덕산하이메탈’은 울산의 1호 향토 벤처기업입니다. 지역의 많은 도움을 받은 덕분에 오늘날 9개 기업을 거느린 덕산그룹으로 성장했습니다. 제가 벤처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며 절실히 깨달은 것은 ‘벤처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누군가 도와준다면,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무난히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유망한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줘야 울산의 많은 젊은이들이 새로운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 것이고, 이것이 벤처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울산의 산업은 중화학공업 위주의 전통산업으로 과거에는 우리나라의 기간산업의 역할을 하며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습니다만,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성장세가 둔화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극복해 울산의 경제를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의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벤처기업, 스타트업들이 울산의 전통산업들과 융합하거나 새로운 산업군으로 발전한다면, 지역 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지향 산업으로 변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평소 지역의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던 차 UNIST의 챌린지 융합관 건립 계획을 접했고, 이것이 평소 저의 소신과 맞아 떨어졌기에 UNIST의 사업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2] (왜 UNIST?) 기부처로 UNIST를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는?
얼마 전 이용훈 총장님으로부터 책을 한권 받았습니다. ‘퍼스트 무버, 유니스트’라는 책인데 총장님께서 UNIST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학생들에게 창업을 할 수 있는 실전형 교육을 하겠다는 계획과, 울산의 산업을 미래형 산업으로 혁신할 바탕을 만들겠다는 비전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학생들이 창업에 필요한 공부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고, 창업을 하는 목표실현에 유효한 ‘문제해결식 교육’을 제공하면서 매년 50개 이상의 학생 창업동아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학생창업 붐을 조성하겠다는 총장님의 생각은 울산의 스타트업을 활성화하고 싶다는 제 포부와 맞아 떨어졌습니다. 또한 전통산업 위주의 울산 산업을 인공지능, 반도체, 디지털 헬스케어, 탄소중립 등의 미래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대학원과 연구소를 만들며 필요한 전문가와 인재를 초빙하고 있는 총장님의 실행력이 저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울산의 전통산업을 미래형산업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지만, 이는 다분히 구호에 그친 감이 없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총장님은 미래 산업을 향해 방향을 정립하고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구체적 대안들, 예컨대 대학원 설립, 연구소 개소, 필요한 인력의 확충, 구체적인 프로그램 입안 등을 보여 주었기에 이번에는 정말 제 자신이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대로 울산의 산업 지평이 바뀔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UNIST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12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창업한 것만 보더라도 UNIST의 능력을 믿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유능한 학교 경영진과 교수·직원 등 조직구성원, 우수한 학생들, 선진적인 시설과 우수한 장비들, 그리고 적극적인 국가의 지원이 가능한 UNIST라면 능히 제가 생각하는 꿈과 이상을 실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3] (용도&활용) 기부금은 어디에, 어떻게 쓰이길 바라시는가?
기본적으로 학생 스타트업 활성화와 울산의 산업을 미래형 성장산업으로 변모시키기 위한 스타트업 활성화 사업에 쓰이길 바랍니다. 이번 기부금은 앞에서 제가 언급한 사업들이 이뤄질 ‘챌린지 융합관’이라는 건물을 건립하는데 사용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챌린지 융합관에서 학생들은 실전형 교육을 받고 자유롭게 창업을 꿈꾸며 자신들의 생각을 실현시켰으면 합니다.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스타트업들의 보육공간으로, 또 보육자나 창업기획자 등 다양한 지원기관들도 이 시설을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4] (인재 육성) 평소 이공계 인재육성에 많은 관심과 다양한 지원을 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와 지원 현황은?
‘소재산업 입국, 그 중심기업 덕산’이라는 우리 회사의 슬로건은 소재 관련 사업을 시작한 초기에 임직원들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내건 것입니다.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 부딪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결국 문제는 사람이 해결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게는 거의 전쟁으로 느껴졌던 사업의 경쟁 속에서 기초과학, 연구개발, 특허 등은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인재, 특히 이공계 인재의 중요성을 절감했기에 이공계 인재육성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이를 위해 로타리 장학회에 매년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고, 2017년에는 사재를 출연하여 제 아호를 딴 유하푸른재단이라는 장학재단을 설립해 고교생과 대학생에게 매년 장학금을 지급해 오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고교생 30명, 대학생 50명에게 총 5억 6천만 원의 장학금이 전달됐습니다. 유하푸른재단의 장학금은 이공계 학생들이 혜택을 더 많이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 기간 동안 섬머스쿨과 윈터스쿨을 운영해 이들 장학생들이 올바른 국가관과 역사관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5] (인생&경영 철학) 성공한 기업인으로서 평소 강조하고 지켜 오신 경영 철학은? 평소 가슴에 새기고 살아온 삶의 신조는?
제 집무실에는 ‘소재산업 입국(立國), 그 중심기업 덕산(德山)’이라는 글과 ‘천지지대덕왈생(天地之大德曰生)’이라는 구절이 쓰여 있는데 이것이 제 경영철학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덕산하이메탈 창업 당시 수입에 의존하고 있던 IT 소재들을 국산화하지 않고서는 산업 강국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달았습니다. 소재 산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외국기업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믿어왔기 때문에 일관되게 소재 산업에 집중했습니다.
또 ‘천지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새롭게 생겨나는 것, 즉 생성이고, 기업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고 이를 성장시켜나갈 때 그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혁신을 통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답습보다는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발전시키고, 선각자 정신으로 미래 발전인자를 끊임없이 찾은 것이 오늘의 덕산그룹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또한 정도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저 자신 ‘한 손에는 주판을, 한 손에는 논어를’이라는 문구를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평소 직원들에게도 기업경영에서 어떠한 편법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업 활동 외의 명예를 탐하지 않고 오로지 정도경영에만 매진하는 진정한 기업인으로 남고 싶다는 것이 저의 꿈이자 소신이며 철학입니다.
저는 또 개인적으로 항상 배우는 자세로 살고 있습니다.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는 논어의 말씀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있으며 누구에게라도 좋은 점이 있으면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인생이 다하는 그 날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제 삶의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6] (당부&기대) UNIST의 젊은 과학기술인들에게 거는 기대와 당부는?
인생에서 성공하는 길은 다양하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라면 거기에 매진해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흔히 우등생은 스티브잡스가 되기 힘들다고 합니다. 특히 과학기술인들은 팔방미인형의 우등생이 되기보단 한 분야에 매진해 그 분야의 최고가 되기를 목표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모든 사람이 다 우등생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창업을 하는 것도 성공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학생일 필요는 없지만, 어떤 학생들은 챌린지 융합관에서 마음껏 창업의 꿈을 펴고 울산지역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울산지역의 산업을 미래형 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기 위해 노력해줬으면 합니다.
또 다른 학생들은 연구 쪽에 매진한다면 노벨상도 기대해 볼 수 있겠지요. UNIST의 교육시설과 교직원, 그리고 정부의 지원이라면 몇 년 안가 우리의 UNIST에서 능히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부디 우리 UNIST에서 세계적인 기업가, 그리고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하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이러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열심히 돕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