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하게 될 카이로스파워(Kairos Power)는 도면상에 존재하는 원자로가 아닌 실제 건설될 원자로를 목표로 합니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연구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UNIST 원자력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민호 동문(지도교수 방인철)이 실리콘밸리의 원자력 벤처기업, 카이로스파워에 입사한다. 이 회사는 4세대 원전 기술을 바탕으로 SMR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민호 박사는 이곳에서 열, 유체 설계 분야 연구를 맡게 된다.
이민호 박사는 지난 2011년 UNIST 3기로 입학해 원자력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열전달에 대한 상사실험을 주로 수행했으며, 특히 경수로와 소듐고속로의 안전계통에 대한 연구를 다수 진행했다.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원전의 상태를 평가하고, 이를 설계 개선에 반영하는 연구였다.
이 박사는 “실제 원자로에 사용될 소듐, 용융염 등을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기에 물이나 다른 유체를 활용해 작은 실험 장치에서 특징을 관찰하는 상사실험을 주로 진행해왔다”며 “적은 비용과 규모로도 여러 가정들과 현상의 파악이 가능한 상사법칙에 흥미를 갖고 꾸준히 연구를 수행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카이로스파워에서 수행할 역할도 지금까지 연구했던 것과 유사하다”며 “타 유체를 활용해 용융염의 열전달 특성을 평가해 안전기준치를 확인하고, 설계를 개선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 알라메다에 위치한 카이로스파워는 UC버클리 출신의 마이크 라우퍼(Mike Laufer), UC버클리 원자력공학과 교수인 페어 패터슨(Per Peterson), 뉴멕시코대학 원자력공학과 교수였던 에드워드 블랜드퍼드(Edward Blandford) 등이 공동 창업한 회사로, 혁신적인 차세대 원자력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오크리지 국립연구소가 처음 시험한 용융염원자로(MSR)을 개선한 불화염냉각고온원자로(FHR)를 핵심 분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테네시 주 오크리지 지역에 실증로 건설을 위한 부지를 확보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카이로스파워는 실증로 개발을 위해 1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오는 2030년 실증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민호 박사는 “카이로스파워의 차세대 원전은 급전 부하를 감당하기 위한 출력의 조절이 용이하고, 간헐적 운전과 탄력운전이 모두 가능한 미래형 원자로”라며 “신재생에너지 시대에 그 가변성을 보완해줄 수 있는 경제적이고 탄소배출도 적은 에너지원으로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래는 이민호 동문과의 일문일답>
Q.카이로스파워(Kairos Power)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카이로스파워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원자력 벤처기업으로 미래형 원자로인 용융염 원자로(Molten Salt Reactor, MSR)의 건설을 목표로 달려 나가고 있는 회사입니다. 도면상에서만 존재하는 원자로가 아닌 실제 건설될 원자로를 목표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수행하게 될 역할이나 연구를 소개해주세요.
저는 열/유체 쪽의 인허가와 관련된 실험을 담당할 것 같습니다. 원자력 발전소의 정상운전과 사고 상황에서의 열전달을 평가해 온도를 구하고, 안전 기준치를 초과하지는 않는지, 초과한다면 설계를 개선하여 기준치 이하로 설계를 개선하는 일을 할 것 같습니다. 주로 열전달과 관련된 상사실험을 할 예정입니다.
Q. 지금까지 진행해 온 연구주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또 지금까지 진행해온 연구가 앞으로의 연구와 어떻게 연결될까요?
운이 좋게도, 카이로스파워에서 제게 요구하는 역할과 지금까지 연구해온 역할이 원자로타입을 제외하면 거의 유사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경수로와 소듐고속로의 중대사고로부터 출발해, 소듐고속로의 안전계통인 공기냉각시스템(RVACS) 의 상사실험을 주로 다뤘습니다. 실제 소듐을 사용하기에는 위험하고, 실험장치의 규모도 커지므로 작은 실험 장치에서 물, 혹은 다른 유체를 사용하여 소듐의 자연 순환 열전달 특성을 상사했습니다. 제가 해당 상사법칙에 대해 실험적으로 증명한 바 있기 때문에 자연 순환 열전달을 사용하는 모든 시스템의 열전달 상사연구에서 제 연구가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카이로스파워에서 담당할 업무도 세부적인 부분에서 다르기는 하지만 열전달 상사실험이라는 틀에서 전체적인 업무의 연속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용융염을 타 유체로 상사하여 열전달 특성을 관찰할 것 같습니다.
Q. 카이로스파워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상사법칙에 흥미가 있어서 이러한 쪽으로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값비싸고 큰 규모의 위험한 실험을 저렴하고 작게 할 수 있다는 데서 매력을 느꼈습니다. 비용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정들이나 현상의 파악이 흥미롭습니다. 마침 카이로스파워에서 구인하려는 사람이 저와 부합하는 사람이었고, 저 또한 하고 싶은 업무 내용이 일치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카이로스파워는 미국 캘리포니아 알라메다에 뿌리를 둔 벤처입니다. 실리콘밸리에 입주해있는 회사인데다, 주변에 UC버클리와 카이로스파워의 뉴멕시코 지사 근처의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등의 훌륭한 연구 인력들과 함께할 기회가 될 것 같다는 것 또한 선택의 이유였습니다.
크게 보면 원자력은 탄소중립 측면에서 포기할 수 없는 에너지원이자, 신재생에너지 시대에 그 가변성을 보완해줄 수 있는 경제적인 탄소 저배출 에너지원입니다. 급전 부하를 감당하기 위한 출력의 조절이 용이하고, 간헐적 운전과 탄력운전이 모두 가능한 미래형 원자로라는 점에서도 주제가 매력적이었습니다.
Q. UNIST에서의 학위과정은 본인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을까요? 또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제 연구를 지도해주신 방인철 교수님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었습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법을, 대중과 소통하는 법을 교수님께 많이 배웠습니다. UNIST에서 학위를 한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신생대학에서 저만의 연구 분야를 구축할 수 있었던 점입니다. 타 대학과는 다르게 넓은 실험실에서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환경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액체금속을 1.5톤 이상 녹이고, 가열하는 실험을 해보는 경험은 UNIST와 같은 환경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입니다. UNIST의 영어 중심의 강의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면접을 준비하면서, 대학원 과정에서의 해외학회경험, 교내에서의 영어 사용이 큰 도움이 되어 편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Q.새로운 생활에 어떤 기대를 하고 계시는지, 앞으로 어떤 연구자로 성장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연구 선진국인 미국의 시스템과, 그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배우고 싶습니다. 잘 공부하고 돌아와서 제 연구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연구자가 되고 싶은 게 제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