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디자인 혁신 사례 데이터를 활용해 ‘디자인 혁신’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개발됐다. 디자인 혁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 정도의 측정 및 평가 방법은 모호했던 기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UNIST 디자인학과 정연우, 제임스 셀프(James A. Self) 교수 연구팀은 6,269건의 일상적 디자인 데이터를 분석해 디자인 혁신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의미혁신점수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디자인 분야 학술지인 ‘디자인저널(The Design Journal by Routledge)’ 3월호에 게재됐다.
최근 디자인 혁신은 새로운 기술이나 형태와 더불어 의미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정 기능과 제한적 의미만을 지니고 있던 제품에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의미와 기능을 부여해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한가을 연구원은 “단순한 주방용품이었던 와인따개에 발레리나가 춤추는 모습을 접목해 재미를 줄 수 있는 오브제로 그 의미를 더한 알레시(Alessi)의 ‘안나 G(Anna-G)’는 대표적인 디자인 주도 의미 혁신 사례”라며 “이런 혁신을 설명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객관적인 평가 방식이 없어 늘 모호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져 왔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케아 해킹’ 사례에 주목했다. 이케아 해킹은 조립식 가구 제품을 구매해 설명서대로 제작하지 않고, 서로 다른 제품을 조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 이러한 사례를 공유하는 전문 커뮤니티가 생길 정도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 커뮤니티에 공개된 수많은 제품 해킹 사례는 디자인 혁신 평가의 재료가 됐다. 연구팀은 6,300여개 사례를 수집해 검토했고, 이중 100개의 대표사례를 선정해 의미 변화를 분석 ‧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 혁신의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5개의 핵심 질문을 구성하고, 그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점수 지표를 도출해냈다.
제임스 셀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일상 속의 디자인 사례가 디자인 혁신을 식별하고 평가하는 객관적 수단으로써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흥미로운 연구”라며 “이번에 개발된 지표는 이론, 학문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제품 디자인이나 마케팅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지난 18일(금) 온라인을 통해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