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치매 환자를 찾는 ‘스마트폰 앱 디자인’이 세계적인 디자인상을 받았다. 우울증 극복을 돕고, 자원봉사를 유도하는 등 공동체 문제를 푸는 앱 디자인도 함께 수상작에 올랐다.
UNIST 디자인학과의 김황, 이승호 교수팀이 개발한 스마트폰 앱 4종이 ‘iF 디자인 어워드 2022’ 본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실종된 치매 환자를 손쉽게 찾을 수 있는 ‘파인디(Findie)’, 고민이 비슷한 우울증 환자를 모아 상담 효과를 높이는 ‘다들(DADLE)’, 더 많은 사람이 자원봉사에 나서도록 돕는 ‘볼룬(Volluun)’, 전시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모이(Moee)’다.
파인디는 치매 환자와 주변 이웃의 스마트폰에 설치해 사용한다. 치매 환자가 실종되면, 예상 위치를 주변 이웃에게 바로 알림으로써 더 빨리 발견되도록 돕는다. 이때 실종자의 예상 위치는 사용자가 입력해둔 장소와 평소 동선 등을 수집해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한 결과로 추출된다.
이 앱을 설계한 강윤구 디자인학과 대학원생은 “의무경찰로 복무할 때 실종 치매 환자를 찾으면서 안타까웠던 경험이 많다”며 “실종 치매 환자의 예상 위치를 짐작하고, 주변 이웃들까지 도와준다면 실종자 발견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들은 ‘익명이 보장되는 그룹 상담’을 통해 우울증 극복을 돕는다. 우선 참여자들이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하면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가장 적합한 상담사를 골라준다. 또 유사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단체로 상담을 하도록 설계돼 서로에 대해 더 잘 공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상담 시 캐릭터 아바타와 닉네임을 사용해 우울증 환자의 익명성을 보장해준다.
유동혁 디자인학과 대학원생은 “당신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그렇다는 의미로 앱 이름을 지었다”며 “서로 위로하고 공감하면서 유대감이 커지면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볼룬은 각자에게 꼭 맞는 자원봉사 활동을 찾고, 활동을 기록하는 플랫폼이다. 관심 영역을 설정해두면 관련 자원봉사 기회가 있을 때 알림을 받을 수 있고, 활동한 이력은 본인의 가상공간을 꾸미는 아이템이 된다. 자원봉사 참가자가 재미를 느끼고 더 많이 참여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민주 디자인학과 학부생은 “재능기부나 봉사활동에 뜻이 있더라도 정보가 제한적이라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볼룬은 다른 사람을 돕고자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싶은 개인에게 반가운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모이는 지난해 여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21’에 이어 2관왕에 오른 작품이다. (관련 뉴스 바로가기) 이 앱은 전시 관람에서 더 나은 경험을 누리도록 설계된 앱이다. 사용자가 작품 앞에 서서 자신의 감상을 기록하고, 다른 사람의 감상도 볼 수 있다. 전시 큐레이터가 제공하는 서비스 외에 다양한 관점에서 전시를 보게 되는 것이다.
김성범 디자인학과 대학원생은 “같은 작품을 보는 이웃의 시선을 생각하며 소통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전시가 끝난 뒤에도 감상을 지속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이들 프로젝트를 지도한 김황, 이승호 교수는 2019년부터 UNIST 디자인학과에 합류한 디자이너다. 김황 교수는 ‘오브나우(OF NOW) 랩’을 운영하며 ‘UX, 디지털, 혁신, 서비스,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김 교수는 “디자인 방법론과 창조적인 과정을 통해 디지털 혁신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라며 “이번 iF 수상작도 그런 맥락에 닿아 있다”고 전했다.
이승호 교수는 ‘뉴디자인 스튜디오’라는 랩을 운영하며 서비스와 정책 디자인 분야에 힘쓰고 있다. 이 교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전략적 대안들을 고민하고 있다”며 “하루가 다르게 빨리 변하는 세상이 직면한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답은 사람들의 경험과 희망에 있으며, 이를 디자인의 영역에서 해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