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닫혔던 대학 캠퍼스가 다시 열렸다. 대면 강의는 물론 축제와 행사도 회복되는 가운데 UNIST가 특별한 손님들을 초청해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20일(금) 오후 3시 UNIST 캠퍼스에 울산 울주군에 자리한 사회복지시설, ‘혜진원’ 가족들이 방문했다. 원생과 교사 50명은 UNIST 학생과 교직원의 안내를 받아 캠퍼스를 산책하며 봄 소풍을 즐겼고, 학생들이 마련한 공연도 관람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이번 방문은 지난해 연말 UNIST의 위문 물품 전달에서 시작됐다. 당시 혜진원 측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원생들의 외부활동이 어렵다”고 걱정했고, UNIST 대외협력처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캠퍼스로 초청하겠다”고 약속한 것.
행사를 주관한 이명인 UNIST 대외협력처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된다는 소식에 혜진원과 약속이 떠올라 학생처와 함께 ‘혜진원 초청 행사’를 준비했다”며 “2년 동안 갑갑했을 원생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훈훈해진다”고 말했다.
‘혜진원과 함께 걷는 봄날의 UNIST’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UNIST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추진됐다. UNIST 학생팀에서 혜진원 관련 안내를 올리자 학생홍보대사 ‘UNI’와 봉사 동아리 ‘단비’ 등에서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모였다. 또 공연 동아리인 ‘멜팅 포인트(Melting Point)’와 ‘언플러그드(Unpluged)’도 혜진원 원생들을 위한 재능기부에 나섰다.
단비의 회장인 김범수 학생(바이오메디컬공학과 20학번)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뜻깊은 행사에 UNIST 구성원이 함께해 뿌듯하다”며 “UNIST와 가까운 이웃인 혜진원의 원생들이 캠퍼스에서 좋은 추억을 쌓도록 돕고 싶다”고 이번 행사에 참여한 취지를 말했다.
멜팅포인트의 회장인 장인규 학생(컴퓨터공학과 21학번)은 “UNIST의 따뜻한 마음이 혜진원에 전해질 수 있도록 최고의 공연을 선보이겠다”며 “코로나19 발생 후 거의 2년만에 하는 첫 공연이라 설렌다”고 전했다.
혜진원 원생들은 공연에 맞춰 춤을 추고, 박수와 율동으로 호응하는 등 흥겹게 봄 소풍을 즐겼다. 김한선 원생은 “오랜만에 밖에 나오니까 너무 좋았다”며 활짝 웃었고, 유하나 원생은 “공연 중에 제가 좋아하는 가수, 아이유의 노래가 나와서 정말 신났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교수와 직원도 참여해 원생들의 산책과 식사 보조 등을 도왔다. 김은희 생명과학과 교수는 “연구와 강의로 빡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혜진원 아이들과 함께 어울릴 기회를 가지게 돼 즐겁다”고 말했고, 남궁선 물리학과 교수는 “다음에는 UNIST가 혜진원을 찾아가는 식으로 꾸준히 교류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UNI의 김현규 학생(에너지화학공학과, 21학번)은 “울산이 고향이지만 학교 옆에 혜진원이 있다는 걸 모르고 지냈는데, 이번에 좋은 만남을 가졌다”며 “UNIST 캠퍼스는 벚꽃 필 때 가장 아름다우니 그때 다시 오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방역을 주관했던 안전경영팀과 연구실안전팀에서 참여한 직원도 많았다. 안전경영팀의 표효빈 팀원은 “코로나19로 늘 긴장하는 시간을 보냈는데, 일상이 회복돼 오랜만에 야외 행사에 참여해 감회가 남다르다”며 “귀여운 혜진원 아이들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윤새라 UNIST 학생처장은 “원생들이 공연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에서 가슴이 뭉클했다”며 “앞으로도 UNIST가 지역사회와 더 많이 교류하고 함께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백 혜진원 원장은 “2년 6개월 동안 외부인과는 거의 만나지 못한 원생들이 코로나 이후 첫 나들이에서 따뜻한 사람들과 어울린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다른 사회복지시설에 있는 분들도 지역사회와 함께 어우러져 정서적인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혜진원은 2001년 울주군 언양읍에 문을 연 중증장애인거주시설로, 현재 총 39명이 입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