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9일(화)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향후 10년간 반도체 관련 인재 15만 명을 육성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확대를 통해 4만5,000명을 배출하고, 융합전공 등 정부 재정지원사업의 혜택을 받는 재학생과 재직자 10만5,000명을 양성하겠다는 것. [교육부 보도자료] 반도체 초격차 이끌 인재‘10년간 15만 명’양성
이 소식은 전국의 대학은 물론 산업계,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가운데 [울산MBC] 라디오 프로그램인 “김연경의 퇴근길 톡톡”에서 정홍식 반도체 소재·부품 대학원 원장을 모셔 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홍식 원장은 “반도체 산업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과 당위성 때문에 반도체 인력 양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찬성한다”면서도 “(양성할 인력의) 숫자보다는 반도체의 전체적인 발전을 위해서 우리가 취약한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는 등 지속적으로 반도체 산업에 기여하도록 인력양성계획을 잘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아래는 라디오 인터뷰 질의응답 요약
Q1.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정부안이 나왔다. UNIST도 정부안에 따라 구조적 변화를 계획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변화가 있을지 설명 부탁드린다.
A1. 2021년 9월에 반도체 소재‧부품 대학원이 개원했다. 반도체 소재‧부품 대학원을 중심으로 설계와 인공지능 반도체 대학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에서 추진 중인 반도체 인력 양성사업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반도체 대학원에서는 핵심 인재를 양성하고, 반도체에 관심 있는 학생을 많아져서 관련 기반이 넓어지도록 학사과정도 준비 중에 있다. 내년도에는 준비가 많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Q2. ‘반도체 인력’에도 연구인력, 생산인력 등 다양한 분야가 있지 않나, UNIST에서 바라보는 목표는?
A2. 사실 가장 혼란스러운 부분이 ‘반도체 인력’이라는 단어다. (이 개념에 대해 생각해보면) 일단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같은 종합 소자 기업들은 반도체 소자의 전환기에 있다. 소위 ‘무어의 법칙’이라고 하는 반도체 소자 미세화가 잘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많은 (반도체) 인력이 필요하다. 창의적이고 우수한 인력이 있어야 한다. AI, 전기자동차 등의 새로운 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반도체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생산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를 제조할 반도체 인재에 대한 공급이 매우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문제 해결하기 위해서 제조기업에서 소자 인재를 새로 채용하기도 하지만 기존의 장비 소재 업체의 경력직을 뽑아가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이런 연쇄반응 때문에 반도체 인력에 대한 요구량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UNIST는 첫 번째로는 과기원으로서 혁신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동시에 소재, 장비, 소자 기업의 인재들을 맡아서 교육함으로써 우리나라에 취약한 소재, 장비 분야의 핵심인재를 양성하는 임무를 수행해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려는 게 두 번째 목표다.
Q3. 정부안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반도체 인력은 급증할 텐데, 현재 국제 경기 침체, 반도체 수요 위축 등을 이유로 업계가 침체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지 않나. 이러한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어떤 메리트가 있을지?
A3. 중요한 질문이다. 현재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자는 것은 기업이나 학교, 정부 모두 동의하고 있다. 현재 반도체 산업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과 당위성 때문에 당연히 인재 양성에 동의하는 것이다. 근데 아직은 숫자에 많은 관심이 더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숫자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자가 말씀하신 것처럼 반도체 장기 전망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국제 경기 침체와 더불어서 미국 중심의 반도체 시장 개편과 블록화가 심화되고, 동시에 일부 반도체 경쟁국의 약진이 위협되고 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AI반도체나 자동차반도체, 데이터를 활용한 산업이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보면 반도체산업은 계속 발전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반도체 기업의 하락으로 인해 반도체 인력에 대한 요구가 분명히 줄어들 수 있다. 그러니 단편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반도체 인재 양성 계획을 철저히 해서 우리나라가 잘하고 있는 소위 말해서 메모리 반도체 같은 현장 기술뿐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등 전력 반도체, 새로운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 그리고 기반이 되는 소재 장비 분야, 팹리스 분야 같은 데서 인재가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사이클에 구애받지 않고 반도체의 전체적인 발전, 우리나라가 취약한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면 단기적인 숫자보다는 내용을 잘 준비하고 지속적인 반도체 산업에 기여할 수 있게 인력양성계획을 잘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
Q4. 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이 수도권에 쏠려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 울산 지역 거점대학으로서 어떤 경쟁력을 만들어 나갈지?
A4.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문제는 ‘한쪽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를 반도체 강국이라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반도체 제조 특히 ‘메모리 반도체 제조’의 강국이지 그 외에 소위 말하는 팹리스라고 하는 설계, 반도체 테스트하고 패키징하는 분야, 파운더리라고 하는 위탁생산 분야, 소재 장비 분야는 여전히 매우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건강한 반도체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얼마 전에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에 대한 무역 규제로 혼란을 겪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비록 우리가 잘 극복했지만 약간의 충격에도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가 흔들릴 정도로 취약하다.
이런 관점에서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인력 양성에 대해서 지역 거점 대학으로의 대안을 제시한 게 우리 UNIST 반도체 소재‧부품 대학원이라고 할 수 있다. 울산 지역은 얼핏 반도체와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울산은 여러 산업 중에서 화학산업이 특히 발전한 곳이다. 반도체 소재산업의 기반이 되는 게 바로 이 화학산업이고, 이런 화학산업소재를 정밀하게 만들고 고순도화하게 되면 반도체 소재로 거듭날 수 있다. 현재 반도체 소재‧부품 대학원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도 무엇보다 울산지역의 석유화학산업을 반도체소재산업으로 고도화한다는 의미가 담긴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 소재산업 분야는 특히 울산만 한 기반을 갖춘 곳이 우리나라에 없다. 현재 울산의 화학기업들과 연구와 기술지원을 통해 반도체 소재기업으로 발전하게 하는 데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조만간 울산지역의 발전, 특히 반도체소재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는 데 많이 노력을 하고 있다.
Q5. 길러낸 인재들을 지역에 정착하게 하려면 지역 인프라 구축에 대한 고민도 필요 하지 않을까, 여기에 대한 생각은?
A5. 너무 어려운 문제다. UNIST가 울산지역의 지원을 통해 성장한 학교기 때문에 그런 질문이나 요청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단순하지 않은 것 같다. 소위 MZ세대라고 하는 젊은 세대의 문화까지 봐야 하는 상황이다. 확실한 솔루션을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고, 앞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인재들이 지역에 정착하게 하려면 기업문화가 굉장히 중요하다. 울산지역의 임금이 낮다고 해서 임금을 서울에 있는 기업들 수준만큼 맞춰준다고 해서 인재들이 머무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발전이 학생들도 같이 성장하는 기회가 된다는 걸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망 있는 울산의 반도체 소재 기업이 발전하면, 나도 그만큼 성장하고 좋은 인재가 되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톡옵션 같은 게 좋은 기회가 아닐까 생각하고, 이런 종류의 획기적인 제도를 고민해서 이분들이 머물수 있는 방법 생각해보면 좋겠다. 우수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울산 지역 특성에 맞는 자동차나 전력 반도체 같은 기업들, 그런 소자 기업, 그리고 반도체 소재 장비기업을 유치하고, 단순 공업기업이 아니라 첨단연구와 산업의 중심이 되는 울산이 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정홍식 원장 인터뷰 위치: 영상 재생 후 18분 46초부터 31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