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아닌 다른 물질로 ‘더 싸고 작고 성능 좋은’ 반도체를 개발하는 ‘모어 무어(More Moore) 기술’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반도체 소자 속 반도체와 금속 사이를 ‘1나노미터(㎚, 10억 분의 1m)’ 이하로 줄이면서 고성능을 유지한 기술 덕분이다.
권순용·이종훈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은 반도체 물질과 ‘초미세 금속 전극’이 0.7나노미터(원자 3개 크기)를 두고 수평으로 접합된 ‘고성능 초박막 반도체’ 소자를 원하는 형태로 합성(patterning)하는 데에 성공했다. 반도체 칩(Chip)의 성능을 높이려면 칩을 구성하는 개별 소자를 아주 작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이 나온 것. ‘반도체 소자 미세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소자는 ‘전자가 원하는 때에 특정한 위치와 방향으로 움직’여야 제대로 작동한다. 그런데 칩 하나에 더 많은 소자를 넣으려 개별 소자를 작게 만들면, 전자가 원치 않는 위치로 흐르는 현상(터널링 효과)이 나타난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매우 얇은 2차원 반도체 물질’을 연구 중이지만, ‘그에 걸맞은 전극’은 나오지 않았다.
권순용·이종훈 교수팀은 고품질의 ‘2차원 반도체’에 걸맞은 ‘2차원 금속 전극’을 화학합성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맞붙도록 하는 방법을 찾았다. 2차원 반도체 물질인 ‘황화 몰리브데늄 화합물(MoS₂)’이 2차원 금속인 ‘텔루륨화 백금 화합물(PtTe₂)’의 가장자리 표면에서 화학적으로 합성되도록 한 것이다.
제1저자인 송승욱 UNIST 신소재공학과 박사는 “일반적인 2차원 금속은 고온에 불안정해 다양한 소자를 만들기 어렵지만, 2차원 텔루륨화 백금 화합물(PtTe₂)은 섭씨 825도의 고온에도 안정적이라 2차원 반도체가 합성되는 고온에서도 공정이 가능했다”며 “결함 없는 ‘2차원 반도체-금속 접합 소자’를 화학적 기상 증착법으로 구현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금속 전극 옆면 가장자리에 자연스럽게 반도체 물질이 합성되다 보니, 둘의 접합면은 원자 3개 크기로 얇고 소자 합성 과정에서 결함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 덕분에 금속과 반도체 경계면의 에너지 장벽(쇼트키 배리어)이 이론치에 가깝게 아주 낮았고, 그만큼 전자 이동이 쉬워졌다. 이상적인 ‘쇼트키-모트 법칙(Schottky-Mott condition)’을 쉽게 따른 것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이용해 2인치 상용 실리콘 웨어퍼(wafer)에 2차원 금속으로 패턴을 만들고, 이를 주형(template) 삼아 2차원 반도체를 화학적으로 조립했다. 이렇게 하면 2차원 반도체가 2차원 금속의 패턴을 따라 스스로 배열되면서 합성되므로 ‘정렬된 2차원 반도체-금속 접합 소자’를 구현할 수 있다. 기존처럼 조각 시편 수준이 아니라 상용 실리콘 웨이퍼 위에 대면적으로 제작하는 공정이라 상용화를 위한 대량생산에 더 가깝다.
권순용 교수는 “수평형 금속-반도체 접합을 원하는 형태와 크기로 배열할 수 있어 반도체 크기에 따라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소자 측정이 가능하다”며 “특히 원자층 트랜지스터 내 반도체-금속 간 접합의 접촉 비저항과 전자 전송 길이가 지금껏 구현된 2차원 소자 중에 가장 작아, 초미세 집적회로에서 우수한 성능을 갖는 차세대 반도체를 구현하는 데 도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8월 22일자에 출판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및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IBS 다차원탄소재료연구단, UNIST 미래선도형 특성화사업에서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