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등에 들어가는 작은 부품(소자)에는 수많은 회로 등이 그려진다. 이 작업을 패터닝(Patterning)이라고 하는데, 비싼 장비를 쓰는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최근 사진을 뽑아내듯 간단하게 패터닝하는 기술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손재성–이지석 교수팀은 빛을 받으면 굳는(광경화성) ‘금속 칼코게나이드 잉크’와 이를 활용한 광학인쇄공정을 개발했다. 금속 칼코게나이드는 발광 특성, 전기적 특성 등을 가져 다양한 소자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무기물인데, 이를 쉽게 패턴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이용해 2차원(2D), 3차원(3D) 구조체와 ‘마이크로 열전 소자’ 제작도 성공해 기존 공정을 대체할 ‘무기물 소재의 패턴화 기술’로서 가능성을 입증했다.
기존 소재 패터닝은 빛으로 소재를 깎아내는 포토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나 레이저 및 전자빔(e-beam)으로 회로를 새기는 기술이 활용됐다. 그런데 이런 공정은 비싸고 복잡하며 처리 시간도 길다. 여기에 대한 대안으로 빛을 이용해 소재를 쌓아올리는 ‘광학 3D 프린팅 기술’이 나왔으나, 여기에는 대부분 광경화성 고분자(유기물)가 포함돼 소재의 특성을 저하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고분자를 포함하지 않는 ‘광경화성 무기물 잉크’를 합성하고, 디지털 광 처리(Digital light processing, DLP) 인쇄 공정에 접목해 ‘무기물 소재 광학 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 다양한 무기물 소재 중 최근 반도체 소재로서 각광 받는 금속 칼코게나이드(Metal chalcogenide) 및 2차원 전이금속 다이칼코게나이드(2D Transition metal dichalcogenide) 소재를 활용했다.
손재성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광학 프린팅 기술은 고해상도 패턴을 균일하게 대면적으로 제작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저비용 단순 공정을 통해 2차원 및 3차원 구조체 제작을 구현 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개발한 광학 프린팅 공정은 기존과 달리, ‘순수 무기물 잉크’만 사용했다. 또 나노미터 두께로 잉크를 쌓아 올리는 DLP 인쇄 공정을 이용해 제조 비용과 시간을 대폭 낮춰 반도체 소재 구조체를 제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무기물을 포함하는 광학 프린팅 공정은 무기물 첨가제를 포함한 광경화성 고분자 복합체를 잉크로 사용한다. 이 경우 공정 후 구조체 내부에 고분자가 남아 전기적 특성을 저해하는데, 이번 기술은 ‘순수 무기물’만 써서 이를 해결했다. 금속 칼코게나이드 전구체(Chalcogenidometallate, ChaM) 용액을 합성 후, 광산 발생제(Photoacid generator, PAG)를 첨가해 광학 프린팅에 사용 가능한 광경화 특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지석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고분자 지지체 없이도 프린팅 구조체를 수십 나노미터 단위로 조절할 수 있는 정밀한 기술”이라며 “기존 광학 3D 프린팅 공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은 물론, 프린팅 소재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무기물 소재를 프린팅 공정에 직접 접목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공정을 통해 제작된 2D, 3D 구조체는 높은 해상도와 균일도를 보였고, 대면적 프린팅 및 3차원 적층 가능성도 제시했다. 더 나아가 광학 프린팅 공정을 이용한 마이크로 열전 발전기를 제작해 에너지 분야 응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제1저자인 백성헌 신소재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다양한 기능성 소재에 따라 반도체 소자나 광전자 소자 등에도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고, 공동1저자인 정상균 에너지화학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포토리소그래피에서는 필요한 ‘포토마스크(Photomask)’를 사용하지 않아 모양과 크기에 제약을 받지 않으므로 다양한 분야에 자유롭게 응용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9월 7일(수)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연구 지원은 한국연구재단 도전형소재기술개발 프로그램,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을 통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