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는 것만큼 생생한 장면을 재현하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나왔다.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체를 이용해 고효율‧고화질 디스플레이를 구현한 것이다. 아주 얇고 유연해 웨어러블 기기나 모바일, 사물인터넷(IoT) 등에서 유용할 전망이다.
최문기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양지웅 DGIST 교수팀과 공동으로 ‘페로브스카이트 양자점의 표면제어로 초고해상도 패터닝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만든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소자는 삼원색(빨강, 초록, 파랑) 모두 세계 최고 효율을 달성했다. 공동연구진은 새로운 공정으로 매우 얇은 ‘피부 부착형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소자’도 제작해 다양한 변형에도 대응 가능한 웨어러블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몸에 착용하는 전자기기와 사물인터넷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들 장치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수요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 디스플레이를 만들던 패터닝 방식은 복잡한 공정이 필요해, 안정성이 낮은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에 적합하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연구진은 ‘페로브스카이트 나노입자와 유기반도체 이중층 기반의 건식 패터닝 기술’을 개발했다.
새로운 기술은 ‘도장 찍듯이’ 간단히 패턴을 찍어낸다. 기존 공정처럼 소재를 깎고 씻는 과정 없어 페로브스카이트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400나노미터(㎚) 선폭의 초고해상도 패턴을 그렸으며, 반복 공정(빨강, 초록, 파랑)으로 우수한 다색상 화소도 선보였다. 최신 스마트폰 해상도의 4배인 2,550ppi(pixels per inch)의 고해상도 페로브스카이트 패턴화는 이번에 최초로 보고됐다.
양지웅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표면에 간단한 방식으로 유기반도체 층을 도입해 패터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학적·물리적 결함을 억제했다”며 “이 기술로 형성된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층은 페로브스카이트 나노입자 간 간격이 줄고 정공수송층과의 계면 특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존에 보고된 소자보다 훨씬 높은 최대 15.3%의 외부양자효율(EQE)을 나타냈다.
이 방식으로 제작한 ‘피부부착형 페로브스카이트 LED 소자’는 아주 얇고 유연해 웨어러블 기기에 적합하다. 머리카락 두께의 40분의 1 수준인 2.6마이크로미터(㎛) 초박막 봉지구조 안에서 LED 소자를 형성해 피부나 나뭇잎처럼 다양한 곡면에도 붙일 수 있다. 굽힘이나 비틀림에도 잘 견딜 뿐 아니라 면도날 두께인 0.25밀리미터(㎜)의 곡률 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기계적‧광학적 안정성을 갖췄다.
최문기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페로브스카이트 LED 소자에 기반한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를 크게 높인 만큼, 향후 스마트 웨어러블 장치 개발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에 더 높은 해상도의 화면을 구현함으로써 몰입감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10월 27일(목)에 공개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사업과 함께달리기,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 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