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기반 촉매는 지난 십 수년간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비싼 귀금속 촉매를 대체할 물질로 주목받았다. 최근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촉매 반응의 기작을 설명하는 연구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최근수 물리학과 교수는 탄소 기반 촉매가 전기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이론적 원리를 밝혀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에 보고했다. 탄소의 결함과 구조적 유연성, 그리고 화학 반응이 맞물리면서 백금 같은 귀금속 없이도 촉매 활성이 가능해진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최근수 교수는 “귀금속이 포함되지 않은 탄소 기반 촉매의 효율성과 내구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탄소 기반 촉매에 결함을 도입하는 지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전해 수소 생산이나 금속-공기 이차전지, 수소 연료전지 등에는 ‘산소 환원 반응’이 필요하다. 이 반응은 산소와 수소, 그리고 전자가 만나서 물이 되는 과정인데, 촉매 없이는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촉매 성능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귀금속인 백금(Pt)이 꼭 필요했다. 하지만 백금은 비싸고 내구성도 떨어져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탄소 기반 촉매는 유력한 대체 물질로써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촉매의 효율성과 내구성고 꾸준히 개선 중이다. 하지만 탄소 기반 촉매가 전기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탄소 기반 촉매의 발전을 더디게 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탄소의 독특한 구조적 특성에 주목해, 탄소 기반 촉매가 반응을 활성화하는 원리를 규명했다. 대표적인 탄소의 구조는 크게 두 종류다. 그래핀이나 흑연처럼 3개의 결합을 가지는 ‘2차원 평면 구조’와 다이아몬드처럼 4개의 결합을 가지는 ‘사면체 구조’다. 2차원 구조의 탄소가 새로운 결합을 형성할 때는 3차원 사면체 구조로 변형되는데, 이때 높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런 높은 에너지는 탄소가 새로운 결합을 못 하게 막는 장벽이 되며, 탄소 물질의 낮은 반응성으로 이어진다.
양자역학 기반으로 계산한 결과, 결함이 탄소의 구조적 유연성을 높인 덕분에 탄소의 구조 변형에 필요한 에너지 장벽을 낮추고, 촉매 반응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보였다. 또 분자 동역학 계산 결과는 탄소 물질에 도핑된 질소는 안정된 구조를 형성해 합성 측면에서 탄소 공백보다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최 교수는 “기존 연구에서 주로 다루었던 ‘국지적이고 정적인’ 전자구조 특성뿐만 아니라, ‘비국지적이고 동적인’ 구조 특성도 흡착 반응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찾아냈다”며 “이 결과는 전기화학 촉매 반응에 국한하지 않고 탄소 물질에서의 일반적인 화학 반응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흡착 반응을 이해하기 위한 확장된 기틀을 제공한다’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