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는 건강 상태가 80% 정도 되면 폐기한다. 아직 사용할 수 있어도 고출력용 자동차에는 적당하지 않아서다. 이런 폐배터리를 가져다 태양광 발전 설비에 적용하는 게 경제성이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임한권 탄소중립대학원 및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팀은 ‘폐배터리 재사용에 관한 경제성’을 분석해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클리너 프로덕션(Journal of Cleaner Production)’ 11월호에 출판했다. 폐배터리를 태양광 발전용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Energy Storage System)에 적용할 경우의 경제성과 폐배터리의 최적 가격 제안이 주요 내용이다.
이번 연구는 ‘1MW(메가와트) 태양광으로 발전된 전기를 저장하는 3MWh(메가와트시)ESS’를 기준으로 삼았다. 여기에 ‘태양광 발전 사업자에 지급되는 보조금’과 ‘폐배터리의 남은 수명’을 고려해 최적 가격을 도출했다. 국가에서 받는 보조금은 1MWh 당 0~100달러까지 가정하고, 폐배터리의 남은 수명은 5년, 10년, 20년으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보조금이 60달러 미만일 때는 경제성이 나오지 않았다.더 자세히 보면, 폐배터리의 남은 수명이 5년일 때 보조금이 60달러이면 1MWh 당 2,679달러(약 321만 원)가 최적으로 추정됐다. 보조금이 100달러 주어진다면 가용예산이 조금 더 늘어나므로 7만 927달러(약 8,511만 원)이 폐배터리의 최적 가격이 된다. 같은 계산법으로 수명이 10년 남았을 때는 1MWh 당 3,786달러(약 454만 원)에서 10만 237달러(약 1억 2,028만 원), 남은 수명이 20년일 때는 1MWh 당 5,747달러(약 689만 원)에서 12만 2,162달러(약 1억 8,259만 원)로 나왔다.
이번 분석에는 연간 태양광 이용률과 ESS 용량 감소, 투자회수기간까지 고려했다. 폐배터리 가격은 투자회수기간이 길어질수록, 보조금이 줄어들수록 증가했다.
제1저자인 이현준 에너지화학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같은 용량으로 ESS를 구축한다면 25만 달러 정도가 필요하므로 폐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며 “단순하게 회수해 보관 중인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사용해 환경을 보호하는 자원순환경제에 있어서도 좋은 전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사용 후 배터리의 가치 산출’에 대한 새로운 토대를 마련해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활성화되면서 폐배터리 배출량도 증가하는 추세지만, 아직 뾰족한 처리 방안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동교신저자인 최윤석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배터리를 재사용할 분야의 특성과 배터리 수명, 정책 수단이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향후 다양한 분야에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임한권 교수는 “‘폐배터리 재사용’은 향후 세계적으로 큰 시장이 기대되는 분야”라며 “이번 연구는 배터리 수명과 보조금 등 기술적인 부분과 경제적인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적의 폐배터리 가격을 도출해 상당히 의미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재원으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기술혁신사업과 수요기업 맞춤형 고출력축전기(슈퍼커패시터) 성능고도화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