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조 분의 1초’ 동안에 일어나는 찰나의 변화를 직접 관측하고 제어할 수 있는 초고해상도 이미징 기법이 성공적으로 구현됐다.
UNIST(총장 이용훈) 화학과 권오훈 교수팀은 국내 유일의 ‘4차원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을 활용해 이산화바나듐(VO2) 나노입자의 매우 빠른 금속–절연체 상변화 과정을 펨토초(femtosecond, 10-15 초) 수준의 정확도로 실·시공간에서 직접 포착했다.
이산화바나듐은 섭씨 68도에서 금속-절연체 상변화 현상을 보여 광학센서 및 고속 스위칭 소자 등 차세대 핵심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이 상변화 과정이 펨토초라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나기 때문에 기존 이미징 기법으로는 나노입자 수준에서 직접 관측이 불가능했다.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은 광전자 펨토초 펄스를 광음극에서 생성하고 높은 에너지로 가속하여 원자 크기보다 짧은 피코미터(10-12 m) 수준의 파장에 도달하면서 높은 시공간 동시 분해능을 가진다. 하지만 광전자 펄스를 이루는 각각의 전자들은 모두 음의 전하를 띄고 있어 서로 밀어내는 성질을 보인다. 이로 인해 광전자 펄스가 현미경의 경통을 지나며 점점 시공간상으로 확산되어 분해능이 떨어지게 된다.
연구팀은 투과전자현미경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산화바나듐의 상변화 과정을 촬영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에너지 필터를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활용했다. 먼저, 현미경의 카메라에 도달하는 동안 시공간 상으로 확산된 광전자 펄스의 일부를 에너지 필터로 걸러냈다. 이후, 걸러 낸 일부의 광전자들로 이미지를 재구성해 펨토초에 이르는 순간 동안의 상변화를 또렷하게 포착해냈다. 이는 에너지가 같은 광전자는 가속 후 동일한 시공간에 존재한다는 물리 법칙을 활용한 결과다.
이렇게 에너지 필터를 활용하면 이산화바나듐 나노입자 군집체를 구성하는 개별 나노입자들의 각기 다른 초고속 상변화 과정을 한 번에 포착할 수 있다. 특히, 연구팀은 그래핀 기판 위에서 만들어진 이산화바나듐 나노입자들은 기존과는 다른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상변화가 일어나는 중간 단계에서 ‘준안정 상태’를 거칠 수 있다는 직접적 증거도 처음으로 확인했다.
제 1저자인 김예진 박사(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 박사 후 연구원)는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의 시간분해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이 이루어졌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복잡한 장비 개조 없이도 펨토초 수준에서 일어나는 물질의 변화 과정을 나노미터 수준에서 선명하게 촬영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권오훈 교수는 “누구나 아는 일반적인 물리학 지식을 토대로 펨토초 이미징 기법을 실험적으로 구현한 첨단 이미징 분야 최초의 연구다”며 “이산화바나듐의 초고속 상변화 현상을 처음으로 실시간 촬영함으로써 물성 제어에 대한 이해도와 소재로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1월 27일 오후 2시(현지시각) 세계적인 학술지 Science의 자매지인 ‘Science Advances’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