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방사선 치료는 암세포에 높은 에너지의 방사선을 조사하여 DNA의 손상을 일으키고 증식을 억제하는 치료 방법이다. 그 중 ‘꿈의 암 치료’라고 불리는 중입자 치료는 탄소이온을 빛의 70% 속도로 가속하여 암을 파괴하는 방법이다. 기존 X선이나 감마선 치료법에 비해 치료효과가 높고 부작용이 적어 차세대 암 치료법으로 평가된다. 전 세계에 단 10여 곳만 중입자 치료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에는 올해 상반기에 처음 도입될 예정이다.
중입자 치료는 암세포 내에서 DNA 이중가닥 절단(double-strand break, DSB)을 비롯해 탈염기(AP site)와 타이민 글리콜(Thymine Glycol) 등 산화적 손상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복합적 이중가닥 절단(Complex DSB)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합적 이중가닥 절단은 암세포가 다른 종류의 DNA 손상에 비해 복구하기 어려우기 때문에 내성을 가지기 힘들어 기존의 방사선 치료보다 중입자 치료가 높은 치료효과를 보이는 주요 원인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 이용훈) 케이치 타카타 교수(Kei-ichi Takata, UNIST 생명과학과) 연구팀은 김하진 교수(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연구팀과 함께 POLQ (DNA Polymerase theta) 단백질이 중입자 치료로 인해 발생한 DNA 복합적 이중가닥 절단을 복구하여 암세포가 내성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밝혔다. 본 연구는 일본 QST병원의 HIMAC(Heavy Ion Medical Accelerator in Chiba)이라는 세계 최초의 중입자 치료기를 이용해 생성된 방사선을 활용하여 암세포의 특성을 관찰했다.
POLQ 단백질은 DNA 이중가닥 절단을 수선하는 TMEJ(Theta-Mediated End Joining) 기작에 중요한 역할을 가진 효소이다. 방사선 치료 등의 원인으로 DNA 이중가닥 절단이 생성되면, 세포 내 DNA 회복에 관련된 단백질들이 손상을 인식하고 이중가닥 중 한 가닥을 절개하여 단일가닥을 노출시킨다. 이후 POLQ 단백질이 양쪽 단일가닥 돌출부에 위치한 짧은 상동서열(microhomology)을 접합시키고 나머지 DNA 한 가닥을 주형으로 새롭게 합성하여 이중가닥 구조를 되찾는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X선과 감마선 등이 생성하는 ‘단순한’ 이중가닥 절단과 달리 중입자 치료로 생성된 ‘복합적’ 이중가닥 절단은 기존에 알려진 수선 기작들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했고, 이를 복구하는 기전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POLQ 단백질이 이중가닥 절단 수선과 더불어 탈염기(AP site)와 타이민 글리콜(Thymine Glycol) 등 DNA 산화적 손상 부위를 극복하여 합성할 수 있는 독특한 DNA 중합효소라는 점을 주목했다.
연구 결과 POLQ 단백질이 발현되지 않았을 때, 암세포의 방사선에 대한 생존율이 감소하고 염색체 불안정성이 크게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 추가로 연구팀은 생화학적 기법과 단분자 FRET(형광 공명에너지 전달, Fluorescence Resonance Energy Transfer) 기술을 통해 POLQ 단백질이 복합적 이중가닥 절단을 모방한 DNA 분자를 효율적으로 수선하는 것을 밝혀냈다. 이는 암세포의 중입자 치료법 내성에 대한 새로운 지견을 가져와 치료효과를 높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케이치 타카타 교수 “이번 연구로 암세포가 중입자 방사선 치료에 대해 내성을 가지게 되는 원인물질을 밝혔다”며, “향후 원인물질을 억제하는 항암제의 개발로 더 높은 치료효과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한, “중입자 치료기가 국내에 도입되는 과정에서 치료효과 향상에 대한 공동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NAR(Nucleic Acid Research)에 2월 20일 온라인 게재됐다.
(이 보도자료는 IBS 유천체항상성 연구단에서 제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