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올라이트(Zeolite)는 산업에서 중요한 다공성 고체이며, 기체 분리, 저장 및 촉매 작용 등 여러 분야에 사용된다. 하지만 기공의 크기가 크지 않고, 화학적 환경을 분자수준에서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차세대 다공성 물질로 제올라이트 모방 다공성 고체인 ‘ZIF’가 떠오르고 있다.
UNIST(총장 이용훈) 화학과 최원영 교수팀은 최근 금속–유기물 다공성 고체(MOFs)의 한 종류인 제올라이트 모방 다공성 고체(ZIFs)의 구조를 예측하는데 성공했다. ZIF는 화학 작용기를 통한 기공의 화학적 환경 조절과 제올라이트의 구조적 특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소재다.
제올라이트는 4면체(SiO4)의 기본 결합 형태가 연결되어 200만 개가 넘는 결정구조를 가진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발견되거나 합성된 제올라이트는 250여 개에 불과하다. 학계에서는 새로운 구조의 제올라이트 합성에 대한 어려움을 제올라이트 수수께끼(conundrum)이라 부른다. 연구팀은 이런 수수께끼가 ZIF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되는데 주목해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팀은 200만 가지 이상의 제올라이트 구조 중에서 ZIF로 구현 가능한 구조를 살펴봤다. 먼저 기존에 합성된 ZIF 구조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보편적인 공통점을 찾아냈다. 심층 구조 분석을 통해 찾아낸 세 가지의 인자들을 구조 기술자(structural descriptors)로 정의하고, 200만개의 제올라이트 구조로부터 207개의 ZIF 구조로 변환하는 알고리즘을 제안했다.
최종적인 207개의 ZIF 후보군은 밀도범함수 이론(DFT, Density Functional Theory)을 이용해 가상의 결정구조와 안정화된 구조의 에너지를 계산해냈다. 또한 이 ZIF구조의 다공성에 주목해 미래 에너지 자원으로 촉망받는 고성능 수소 저장체로서의 사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제 1저자인 이수찬 연구원은 “ZIF라는 다공성 물질은 안정성이 높아 제올라이트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새롭고 다양한 종류의 ZIF를 합성이 어렵다는 사실을 학계에서도 인정하고 실험자 입장에서도 느끼고 있었다”며 “이러한 문제점들을 계산화학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고자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최원영 화학과 교수는 “이 연구는 합성화학자에게 기존의 시행착오 접근법(trial-and-error)에 기반한 합성전략을 넘어 다공성 물질 설계에 청사진을 제공할 것이다”며 “새로운 다공성 소재의 발견 시기를 빠르게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나노화학 및 재료 분야의 권위지인 스몰(Small)에 2023년 2월 9일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NRF)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SRC), 미래수소원천기술개발사업, UNIST의 탄소중립융합원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