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 인자(Transcription factor)는 DNA의 특정 부위에 결합해 필요할 때만 유전자가 발현할 수 있도록 세포의 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이다. 생물체는 여러 특징을 가진 전사 인자를 활용해 주변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며 생존한다. 최근 이런 높은 중요도를 가진 전사 인자 조절 네트워크의 다양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UNIST(총장 이용훈) 에너지화학공학과 김동혁 교수팀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캠퍼스(UCSD) 생명공학과 버나드 팔슨(Bernhard Palsson) 교수팀과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염색질 면역 침전 실험 방법 중 하나인 ChIP-exo와 전사체 분석(RNA-seq) 기술을 기반으로 동일한 전사 인자에 의해 발현이 조절되는 유전자 세트인 레귤론(regulon)을 재구성했다.
연구팀은 특히 철분 흡수 조절 전사 인자(Ferric uptake regulator, Fur)의 보존 및 조절 다양성 분석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대장균 전체의 특성을 아우를 수 있는 9개 균주의 Fur에 의한 전사 조절 네트워크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9가지 균주에서 Fur에 의해 발현이 조절될 수 있는 유전자 469개를 모두 포괄하는 ‘팬–레귤론(Pan-regulon)’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만들어 냈다.
연구팀은 분석법을 통해 팬-레귤론을 핵심 레귤론(모든 균주에서 공통 발견되는 36개 유전자), 액세서리 레귤론(일부 균주에서 발견되는 158개 유전자) 및 고유 레귤론(단일 균주에서만 발견되는 275개 유전자)로 나눴다. 즉, 팬-레귤론을 통해 9가지 균주 전부에서 Fur로 조절 되는 공통 유전자가 존재하지만, 특정 균주에서만 나타나는 유전자도 상당히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최초로 정의된 팬-레귤론이라는 개념과 함께 Fur의 공통적인 유전자 조절 대상에 대한 기능적 특징을 밝히고 있다. 대장균 균주 사이에 존재하는 전사 조절의 다양성은 각 균주의 생리학적 차이를 초래한다.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Fur’라는 전사 인자에 대한 이해도를 한 단계 높여줄 수 있는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
김동혁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이전까지 일반적으로 생각되었던 것과는 달리 아주 가까운 유연관계를 가진 대장균들 사이에서도 전사 조절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는 앞으로의 연구에 있어 모델 생물을 넘어선 개별 균주의 전사 조절 네트워크 재구성의 필요성을 암시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Nucleic Acids Research에 4월 7일자로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