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이온 배터리 음극의 성능과 안정성 그리고 환경까지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안전한 고체상 불소화반응 기술이 개발됐다.
UNIST(총장 이용훈) 에너지화학공학과 백종범 교수팀은 테프론(Teflon, PTFE)과 흑연을 반응시켜 불화탄소(Fluorinated carbon)를 안전하고 손쉽게 합성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기계화학의 대표적 반응 유도 방법인 볼밀링법(ball-milling)을 통해 흑연보다 2.5배 이상 우수한 저장용량과 전기화학적 안정성을 확인했다.
불화탄소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불소가스(F2) 및 불산(HF) 등의 화합물은 높은 반응성과 부식성으로 매우 위험한 화합물. 신체를 마비시키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어 대용량 생산의 제조 설비 비용의 증가 원인이 된다.
연구팀은 안전하고 손쉬운 불소화 반응을 유도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했다. 고체를 이용한 불소화 방법이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화합물 가운데 모든 원소가 불소로 이루어진 테프론은 대기 중에서 안정적이고, 먹어도 인체에 무해한 고분자화합물이다.
프라이팬의 코팅제로도 사용되는 테프론은 표면의 마찰력을 감소시키고 화학적으로 안정해서 일반적인 반응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테프론이 버틸 수 있는 힘보다 더 강한 에너지를 받으면 분자의 사슬이 끊어지면서 라디칼(radical) 형성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분자복합체가 흑연과 반응해 표면과 가장자리에 붙게 되면서 불화탄소가 만들어지는 것을 다양한 분석법을 통해 증명했다.
고체상 반응으로 제조된 불화탄소는 흑연보다 우수한 저장용량과 전기화학적 안정성을 보였다. 50mA/g의 저속 충전 시 2.5배 높은 저장용량(951.6mAh/g)을 나타냈고, 10,000mA/g의 높은 충전 속도에서는 흑연보다 10배까지 높은 저장용량(329mAh/g)을 확인했다. 2,000mA/g의 충전 속도로 1,000회 이상의 충·방전 실험에서도 흑연은 43.8%의 성능을 유지한 반면 불화탄소는 76.6%의 성능을 유지했다.
제 1저자 장부재 에너지화학공학과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안전한 불소화 반응이라는 주제로 실험을 진행했지만 사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부분은 고체상 반응의 방향과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며 “불화탄소는 이차전지 뿐 아니라 다양한 전자기기의 전극재료에도 응용 가능해 안전하고 손쉽게 대용량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백종범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재료들에 대한 새로운 고찰을 할 수 있는 연구였다”며 “기계화학적 합성법은 최근 사이언스에서도 이슈가 될 정도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이다. 고체상 반응에 대한 원리를 잘 규명한다면 기존에는 만들지 못했던 새로운 소재들을 개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울산과학기술원 U-K 브랜드, 탄소중립 위원회 그리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에너지·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7월 27일 자로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