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독스 흐름 전지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소재가 연이어 발표됐다. 새로운 소재 개발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UNIST(총장 이용훈) 에너지화학공학과 이현욱 교수팀과 KAIST 서동화 교수팀은 새로운 레독스 흐름 전지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산화-환원하는 물질에 안정한 리간드를 붙여 레독스 흐름 전지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 연구팀이 제안한 물질은 기존의 바나듐에 비해 값이 싸고 원소가 풍부한 철–크롬과 철–망간 레독스 흐름 전지다.
‘레독스 흐름 전지’는 배터리의 양극재와 음극재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활물질을 통해 산화-환원 반응이 일어나면서 에너지를 저장하는 시스템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폭발 위험이 낮아 안전한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레독스 흐름 전지에 핵심적으로 쓰이고 있는 바나듐은 특정 국가에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어 가격 변동성이 크다. 또한 낮은 작동 전압과 느린 산화-환원 반응 속도로 인해 배터리의 성능 향상에는 한계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철, 크롬, 망간과 같은 전이금속 이온에 사이아나이드 리간드(CN-)가 여섯 개 붙어 있는 팔면체 모양의 ‘헥사시아노메탈레이트’를 활용했다. 이는 탁월한 전기화학적 특성을 가지는데,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헥사시아노메탈레이트를 음극 전해액으로 제안해 안정성 문제를 크게 개선했다.
이현욱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에너지 저장장치로 레독스 흐름 전지의 사용을 지속적으로 고려했으나 바나듐의 높은 단가로 대형화 하는데 문제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단가가 저렴하면서 성능이 좋은 소재를 개발함으로써 레독스 흐름 전지의 난제를 조금이나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헥사시아노메탈레이트를 이용해 철–크롬 및 철–망간 두 가지 종류의 레독스 흐름 전지를 구동했다. 철-크롬 레독스 흐름 전지의 경우 500번 이상의 반복적인 충·방전 실험에도 99% 이상의 높은 쿨롱 효율을 유지했다. 1.5V 이상의 높은 전압을 달성해 기존 레독스 흐름 전지보다 1.3배 이상 높은 에너지 밀도(38.6 W L-1)를 보였다.
철–망간 레독스 흐름 전지에는 헥사시아노망가네이트가 음극 전해액으로 사용된다. 이는 산화–환원 반응을 두 번 일으키는 ‘2전자 반응’이 가능해 동일 농도 대비 2배의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물질에 자외선을 조사해 분자의 진동을 나타내는 라만 분석법을 통해 충·방전 과정 중에도 2전자 반응이 원활하게 일어남을 확인했다. 100번 이상의 반복적인 충·방전 실험을 통해 안정성 또한 확인했다.
제 1저자 장지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보고된 크롬 계열 신물질을 이용한 레독스 흐름 전지 중에서 가장 우수한 성능을 나타냈다”며 “빠른 산화–환원 반응과 2전자 반응이 가능한 물질을 제안함으로써, 레독스 흐름 전지의 시스템의 다양성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울산과학기술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개인연구사업,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에너지인력양성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에너지 분야의 유명 국제학술지인 Advanced Energy Materials 및 ACS Energy Letters에 각각 7월 7일과 8월 8일에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