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위점막 시스템을 모사한 생체칩이 개발됐다.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상황을 재현해 위암을 비롯한 각종 위장 질환 연구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UNIST(총장 이용훈)의 바이오메디컬공학과 박태은 교수 연구팀과 서울대학교병원(원장 김영태) 공성호 교수 연구팀은 오가노이드(Organoid)와 생체칩(Organ-on-a-chip)기술을 접목해 실제 인간의 위점막 보호 기능을 모사한 생체모사칩을 개발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통해 사람의 장기를 구현한 장기유사체다. 기존 배양법보다 특이적 기능을 잘 모사해 동물 실험을 대체할 체외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인체의 기계적 자극이나 세포 간 상호작용을 구현할 수 없다는 한계점을 보인다.
연구팀은 실제와 유사한 위점막을 구현하고 방어기제 특성을 모사하는 생체칩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생체칩 내에 미세 유체 흐름을 통해 기계적 자극을 모방하고 세포 간 상호작용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었다. 유체 흐름에 노출된 중간엽 기질세포가 위 줄기세포의 증식을 활성화하고 분화의 균형을 유지하게 만든다. 궁극적으로 위 점막 장벽을 발달시키는데 필요한 위 점액 분비 세포들의 비율과 성숙도를 생체수준으로 모방하게 된다.
연구팀은 개발한 생체칩에서 기존 모델로는 관찰할 수 없었던 헬리코박터균의 방어기제 중 하나를 발견했다. 위점막펩티드(Trefoil factor 1, TFF1)는 위점막층에 안정성을 부여하고 외부 감염 인자로부터 위 상피세포를 보호한다. 연구팀은 위점막펩티드가 집단으로 형성된 헬리코박터균에 모자이크 형태로 발현돼 울타리를 형성함으로써 효율적인 방어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세계 최초로 관찰했다. 반대로 위점막펩티드의 발현을 억제시킨 경우 더 심각한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박태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실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칩에서 상피세포 및 면역세포 간의 역동적인 염증 체계 상호작용을 관찰할 수 있는 모델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또한 제 1저자 정혜진 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위 점막 장벽 안정성의 종합적 이해를 돕는데 기여할 수 있고, 동물 실험을 대체할 위장 체외 모델 개발의 초석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며 “위점막 장벽의 체내 환경을 재현할 수 있는 첫 번째 인간 위장관 생체모사칩으로서 위장의 박테리아 및 바이러스와 같은 감염원에 대한 약물 개발 및 치료 접근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실지원사업 및 우수신진연구과제로 실시됐으며 와일리(Wiley)에서 출판하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7월 31일 온라인 공개됐다.